정부가 국민연금을 관리할 '연금 운용위원회'를 설치할 방침이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본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연금자산 운용을 맡길 계획이다. 또 이를 위해 운용위원회 산하에 사무국까지 설치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위험천만이요 불가한 것임을 밝힌 바 있지만,독립적인 기구 운운하며 운용위원회까지 만들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나왔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기업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독립성을 갖춘 위원회라는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추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 자율성 침해 우려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연금은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한 자산운용이면 충분할 뿐 기업의사 결정에 개입할 수도 없고 또 개입해서도 안된다. 경영 활동과 투자 활동은 전혀 다른 것으로 이는 독립적인 기구를 갖춘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 또한 아니다. 연금의 성격상 운용위원회는 국익 또는 사회공익을 기준으로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마련이다. 이는 결국 시장원리를 깨뜨리고, 나아가 경영권을 부정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 뻔하다. 복지부 설명으로는 경제분야 등의 명망있는 10명의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한다지만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 정부 부처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포함한다는 것이고 보면 독립성 운운은 아무래도 기약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은법에 의해 독립성이 보장된 금융통화위원회조차 정부 간섭 시비가 끊이지 않은 터에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로부터 초연하게 기업들의 생사를 가르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다. 퇴직 관료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외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개별 기업이 정부 정책에 불가피하게 도전하는 경영정책을 채택하려 할 때 국민연금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인가. 정부 의중을 추종하는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공익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기업측의 의사결정을 부인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 명약관화하다. 또 동일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생사를 걸고 경쟁할 경우 연금은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 뜻하지 않게도 '보이는 손' 노릇을 하게 될 것인가 말이다. 주주권 행사 자체가 설득력이 없는 터에 독립적인 기구 운운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