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전셋값 하락세는 특히 외곽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강남구 등 인기주거지역은 학군이주수요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아직 보합세를 지키고 있는 반면 강서구 도봉구 등 외곽지역에선 하락폭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지역의 전셋값은 여름방학 이후까지만 해도 보합세를 유지했으나 가을 비수기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전셋값 하락세가 단순한 전세시장 동향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셋값은 매매값에 선행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며 "올해는 겨울방학 성수기가 시작돼도 일부 인기 주거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다가구 등 공급증가가 원인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물량 증가, 전세수요의 매수수요 전환, 비수기 등을 전셋값 하락의 3대 요인으로 꼽고 있다.
우선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의 공급 증가가 전세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올해들어 9월까지 건립된 단독.다가구.다세대.원룸 물량은 서울에서만 11만가구에 달한다.
서울지역의 올해 오피스텔 입주물량도 5천여실에 이른다.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이사는 "매매의 경우에는 다세대.다가구가 아파트의 대체재가 되지 못하지만 전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전세수요자들의 상당수가 올해 집을 샀다.
집값 급등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은행대출을 끼고 집을 매입한 세입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계절적으로 비수기라는 점도 전세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
◆ 세입자 구하기 힘든 '역(逆)전세난'
올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완전 역전됐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그동안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투자자들이 최근들어 부쩍 은행을 찾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계약기간(2년)이 끝났는 데도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채 전세금을 내주기 위해 어쩔 수없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동 럭키공인 최음복 대표는 "임대사업자가 많은 노원구 일대에선 새로운 세입자를 못구해 은행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전세계약기간 만기 이후에도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마찰을 빚고 있다.
◆ 집값에도 영향줄 듯
전셋값 하락폭은 매매값 하락폭을 크게 뛰어넘는다.
부동산시세정보 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최근 한달(10월12일∼11월12일)동안 서울지역 매매값은 0.01% 하락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전셋값은 같은 기간동안 1.05%나 떨어졌다.
특히 강서구(3.94%) 동작구(3.24%) 영등포구(2.43%) 도봉구(2.18%) 등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선 중개업소들도 매매시장보다 전세시장이 훨씬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학동 우성공인 이종선 대표는 "강북지역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셋값이 매매값을 밀어 올렸다"며 "지금부터는 정반대로 전셋값이 집값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별 차별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강남구 등에선 학군이주수요의 영향으로 12월들면서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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