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뜨면 알려달라"...웨이팅 리스트까지 등장
3개월 새 노·도·강 전세 물량 반토막
다주택 규제에 집주인 매도·실거주 ↑
청년 세입자 월세行…주거비 부담 커질듯
“전세 품귀 속 갱신청구권 활용 고려를”
다주택 규제에 집주인 매도·실거주 ↑
청년 세입자 월세行…주거비 부담 커질듯
“전세 품귀 속 갱신청구권 활용 고려를”
정 씨는 다른 전세 물건을 찾아보기 위해 지난주부터 주변 공인중개사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아예 매물 자체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인근 1000가구 대단지에도 전세로 들어갈 수 있는 매물은 아예 없었다. 오히려 전세 매물이 나오면 알려달라는 대기 줄이 길어 정 씨는 대기 줄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그는 “서울 내에 전세로 들어갈 수 있는 주택이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며 “남 얘기가 아니라 난민이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정 씨의 사례처럼 최근 전세 매물을 찾아 공인중개사를 돌아다니는 ‘전세 낭인’이 늘고 있다. 서울 내 아파트 전세 매물 실종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규제에 실거주 의무 강화로 집주인들이 아예 집을 내놓거나 실거주를 선택하는 현상이 늘었다. 여기에 신규 공급 전망도 불투명해 당분간 전세 수요 과다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3개월 새 ‘노·도·강’ 전세 50% 실종
서울 강북 지역은 서민 전세 수요와 공급 모두 많아 시장이 활발했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현장 상황은 정반대다. 전세 수요자는 새로 나온 매물이 없나 매일같이 방문하는데, 전세를 내놓겠다는 집주인 문의는 아예 끊겼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재건축을 앞두거나 소형 가구의 경우에는 전세를 내놓겠다는 사람도, 들어가 살겠다는 사람도 많았는데 집주인이 사라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제는 집주인에게 혹시 전세를 새로 놓을 생각이 없냐고 물어봐도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놓지 않는 것은 다주택자 규제를 우려해 아예 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매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오는 5월 종료될 예정이라 매도에 급급하다는 설명이다. 새로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 역시 실거주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전세 매물이 나올 수가 없다.
시장에선 강북 외곽 전세를 주로 이용했던 청년 실수요자가 가장 먼저 타격받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월세 주택에 들어가거나 아예 무리해서 아파트를 사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가 억지로 대출받아 강북 지역 소형 가구를 매수하느라 매매시장에서 강남만큼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다”며 “반대로 월세 시장도 최근에는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올라 집주인 우위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강남보다 강북, 중심보다 외곽 타격
전문가들은 기존에 전세를 사는 세입자라면 갱신청구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3만2145건 중 갱신 계약은 1만5317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5.1%)보다 늘었다. 당장 전세 매물이 없는 상황에선 섣부르게 다른 매물을 알아보는 것보다는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세 매물이 없어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주거비 부담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50만원을 넘어섰는데, 최근 월세 물건의 호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서 자칫 전세 세입자 시절보다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매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전세나 월세 신규 계약은 부담 가능한 수준을 생각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