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Louis Inacio Lula da Silva·57)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는 '변화를 위한 약속'이라는 연설에서 "내 임기가 끝날 즈음에 모든 브라질 국민이 하루 세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내 필생의 대망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9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의 대통령 당선자 연설치고는 좀 시시하다 할 정도이다. 그러나 곱사등이 휠 정도의 외채를 짊어진 채 인플레와 고실업률 속에서 서민들의 끼니를 해결하는 일은 룰라 당선자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게다가 자기 자신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왔기에 가난에 대한 한(恨)이 연설문에 더 깊이 배어있는지도 모른다. 룰라 대통령 당선자는 전형적인 노동자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거리행상을 하다 10살이 돼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2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중퇴해야만 했다. 밥벌이가 급했기 때문이었는데 인생유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세탁소 상점 자동차부품공장 등을 떠돌아 다녔고 21살에야 비로소 선반공으로 금속공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당시 맏형의 권유로 노조에 가담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고 한다. 노조활동에 남다른 열성을 보인 룰라는 75년 철강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70년대 후반 군사 정권에 맞서 전국을 뒤흔든 총파업을 주도했다. 80년에는 산별노조와 좌파지식인들을 모아 노동자당(PT)을 결성하면서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86년에는 군정에서 민정으로 이양되면서 실시된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하원의원에 뽑혔고,89년엔 30년 만에 실시된 대통령 직접선거에 나서 47%의 득표율이라는 지지를 얻어내며 기염을 토했다. 이어 94년과 98년의 대선에도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통령 당선은 네번째 도전끝에 성공한 셈인데 룰라의 앞날은 그의 지난 과거만큼이나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생활고에 진절머리가 난 브라질 국민들은 '변화'를 기대하며 열광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가난한 자의 편을 자임하고 나선 좌파정부가 그들의 고통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