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 에로스는 자신을 괴물신랑이라고 속이고 미모의 프시케와 결혼한다. 에로스는 자기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약속만 지키면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프시케에게 말한다. 그러나 괴물신랑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프시케는 에로스가 잠든 사이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만다. 잠에서 깨어난 에로스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이후 프시케는 에로스를 찾아 헤매다가 죽음의 세계에까지 가게 된다. 신화 연구가인 이경덕씨는 최근 저서인 '신화 읽어주는 남자'(명진출판,1만2천원)에서 프시케와 에로스 이야기의 교훈은 '사랑한다는 것은 믿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성과 사랑'이라는 코드로 읽어낸다. 프시케와 에로스의 사랑을 비롯해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내 페넬로페의 사랑,카르타고를 세운 디도와 로마를 세운 아이네이아스의 사랑 등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총 28개의 사랑이야기를 어렵지않게 풀어나간다. 그리고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는 말하지 말라"거나 "떠나는 것은 배신에 다름 아니다"라는 등 이야기들의 의미를 저자 나름대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왜 또 신화인가"라는 질문에 "신화는 반복해서 읽힌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변형되며 읽는 사람 나름의 재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상상력의 원형인 신화가 읽히는 사회는 자기 발전이 가능한 사회"라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다른 신화 관련서들과 다르다. 신들 사이의 계보나 신과 사람들간의 관계에 집착해서 신화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개별 이야기의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신화가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