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첫날 경기가 열린 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이영선이 여자창던지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다는 것을 TV 시청자들보다 한참이나 늦게 알았다. 장내 전광판 화면이 같은 시간에 열리고 있는 4백m 허들 예선을 보여주고 여자창던지기 경기 장면을 전혀 비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경기장을 찾았는데도 경기가 모두 끝난 뒤 장내 방송으로 이영선의 금메달 소식을 접했다는 것은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은 8일에도 계속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육상 선수 중 가장 지명도가 높은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가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세계기록에 도전했지만 관중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한쪽에서 열리고 있는 여자 7종경기 중 멀리뛰기 경기에 화면이 고정됐기 때문이다. 여러 종목이 한 경기장에서 함께 열리고 있는 육상 경기의 특성상 모든 경기를 한꺼번에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기 일정조차 관중들에게 배포되지 않아 무슨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도 모르고 한국 선수들의 출전 여부도 경기 시작 직전에야 알 수 있을 정도다. 결국 관중들은 '눈뜬 장님'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휴식시간에는 관중들에게 별 의미없는 날씨와 경기장 전경만으로 전광판이 채워지고 있다. 모처럼 짬을 내 경기장을 찾았다는 한은창씨(38·부산 사하구)는 "차라리 집에서 편하게 TV로 경기를 보는 게 낫겠다"며 "관중들에 대해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