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영도대교)는 1931년 봄에 착공돼 34년 11월에 개통된 연륙교다. 육지쪽 31.3m를 들어올리는 2백14.63m짜리 도개교(跳開橋)로 1천t급 기선 운항이 가능하도록 건설됐다. 호안 매립공사차 산을 깎던 중 흙더미가 무너져 수많은 인부가 숨졌고 다리 공사 때도 희생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식민지 시절엔 일제 수탈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6·25 때는 생활고에 지친 피란민들이 한 많은 생을 하직한 애환의 다리다. 자살자가 속출하자 다리 곳곳에 '잠깐만'이란 팻말이 붙었다.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는 '굳세어라 금순아'는 바로 당시 피란민들의 애달프고 서러운 심정을 담은 것이다. 하루 여섯번씩 하늘로 치솟아 '끄덕끄덕 다리'라는 별칭과 함께 사랑받던 다리는 교통량 폭주로 66년 9월1일 고정됐다. 그래도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일대 서민이나 연인들에겐 더없이 좋은 약속장소였고 난간엔 사람을 찾는 빛바랜 글씨가 남아 있었다. 온갖 추억과 애환이 서린 영도다리가 마침내 철거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롯데쇼핑(주)이 옛 부산시청 자리에 지상 1백7층짜리 제2롯데월드(2006년 완공 예정)를 짓는데 앞서 실시한 교통영향 평가 결과 옛 다리론 폭주할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다고 나타남에 따라 헐고 왕복 6차선의 새 다리를 건설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의 입장은 교량이 워낙 낡아 위험한데다 보수비가 많이 들고 확장부지 편입에 따른 보상비가 엄청난 만큼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선 서민의 애환이 서린 곳이자 중요한 근대건조물인 만큼 돈과 품이 들더라도 기존 4차선을 놔둔 채 2차선만 건설,문화 유적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부산시민 70%이상이 반대한다고 하는 가운데 '영도다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이 후원하는 '영도다리 살리기' 행사가 10월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다고 한다. 개발과 보존은 언제나 양날의 칼이거니와 영도다리 문제 또한 쉽사리 결론짓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