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연말 대선은 3~5자가 경쟁하는 다자(多者)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선 출사표를 던졌고 여기에 이한동 전 총리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정 의원까지 합해 벌써 5명이 대선 레이스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대선출마 선언자의 합종연횡이다. 대선 주자들의 지지도 변화 추이와 후보간 연대,민주당 내분 등 향후 정치권 역학구도에 따라 '대선 지도'는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지지도 변화가 가장 큰 변수다. 두 사람의 지지도 추이에 따라 민주당 내분사태의 향배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1차적으로는 추석 이후 민심의 변화가 관건이다. 노 후보가 비(非)노파의 반발 속에 추석 전 선대위 구성을 강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석 이후부터 정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는 10월 중순까지 노 후보의 지지도가 정체 상태에 머무는 반면 정 의원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민주당내 상당수 중도·비노파와 자민련 의원들이 통합신당을 명분으로 정 의원 쪽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정 의원의 대선 행보에는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노 후보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정 의원의 지지도가 꺾이는 경우는 노 후보가 당 내분을 수습하고 안정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정 의원은 본선행을 재고해야 하는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후보 연대도 또다른 변수다. 10월말 또는 11월초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지지도 차가 크게 벌어지면 양측간에 후보 단일화 시도가 이뤄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실제 민주당내 중도·비노파의 최종 지향점은 반 이회창 세력의 후보 단일화다. 이한동 전 총리,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의 향후 행보와 자민련의 선택도 관심사다. 이들의 진로 여하에 따라 충청·중부권표의 향배 등 대선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