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울면 내 마음이 아프잖아. 통일되면 다시 만나자" 남과 북의 이산가족 555명은 15일 오전 금강산 현대아산 휴게소인 온정각 주차장에서 1시간 동안의 작별 상봉을 마지막으로, 2박3일간의 상봉 일정을 모두 끝냈다. 1-4차 상봉 때보다는 차분했지만,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북측 가족 중 최고령자인 리규염(82)씨는 남쪽의 두 딸 진옥, 진금씨를 만나 "울지 말라"고 했지만 진옥씨는 "눈물이 나는 것을 어떻게 참아요.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나죠"라며 울먹였다. 진옥씨가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는 이제 어떻게 해야 되죠"라며 울먹이자 리씨는 "통일이 되면 너희를 만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며달랬다. 양원규(75)씨는 남측 동생인 천규씨가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건네자 "이게 마지막 사진이구나. 이번 상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사진을 많이 찍은 것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용휘(76.여)씨는 남측 이종사촌 여동생 배순옥씨 등과 동요 '반달'을 나직이 부르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화여전 피아노과 출신인 김씨는 여러 가지 동요를 직접 부르면서 "기쁘게 만났는데 웃으면서 헤어지자"며 가족들을 다독거렸다. 리진우(77)씨와 남쪽 아내 김기영씨는 오랫동안 말없이 손을 꼭 잡고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 리씨가 "건강해. 통일만 되면 다시 볼 수 있겠지"라고 말하자 아내 김씨는 "저만 건강하면 되나요? 당신도 건강해야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들 상호씨는 "어머니가 이번 만남의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 지 걱정"이라며"부부들은 하룻밤이라도 같이 지내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남편이 탄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자 김씨는 버스에 기대 통곡하기 시작했고상호씨는 어머니를 끌어당기며 눈물을 흘렸다. 리우문(70)씨는 남쪽 장모 김유중씨에게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계세요"라며 손을 꼭 잡았다. 곁에 있던 남동생 우범씨는 "면회소가 설치되면 또 한번 만날 수 있겠지"라고 말했다. 김유중씨는 리우문씨에게 "애(김씨 딸 경란씨를 지칭)가 신경통이 있으면 약 잘 먹으라고 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석재(72)씨는 우는 남측 누나 서석교씨를 달래며 "자꾸 울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아"라고 말하자 석교씨는 동생의 뺨을 어루만지며 "잘 있어. 건강이 제일이야"라며 시종 눈물을 글썽였다. 곁에 있던 조카 서도원씨는 "내가 드린 앨범을 잘 보관하셔서 통일 때까지 북의 가족들에게 잘 소개해 드리라"고 말했다. (YONHAP) 020915 1155 KST(금강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