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국감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부 자치단체의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국감 반대 성명서 발표또는 침묵시위 등 소극적인 의사표현에 머물렀던 국감 거부 움직임이 올해는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실력으로 저지키로 하는가 하면 전국의 지자체 공무원직장협의회(공직협)가 한데 모여 공동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공무원들이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입법부 고유의 기능에 맞서 집단행동을 공언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감이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리면서 보다 효율적이고생산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국 16개 시.도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단은 30일 대전에서 전격적으로 모임을갖고 중복감사, 지자체 고유사무 침해, 과다한 자료요구에 따른 업무마비 등 부작용이 많은 국정감사를 거부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행동강령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회장 서울시장)도 내달 중순께 회의를 갖고 16개 시도가 공동추진한 '국가사무와 지방자치사무의 구분 및 국정감사의 합리적 발전방안'용역결과를 토대로 지자체 고유사무 감사 지양, 과잉.중복자료 요구 자제 등을 국회와 행자부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국감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앞서 시.도지사 협의회는 지난 26일 "국감이 국가.지방사무 구분없이 마구잡이로 실시돼 국가적인 인적.물적 낭비와 폐해가 발생하고 있어 지방사무에 대해서는 국감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지의 `지자체 국정감사 개선'건의문을 채택, 국회와행자부에 보냈다. 인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는 최근 "지자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지방고유사무에 대한 부당한 감시 행위로 지방자치시대에 역행하는 월권"이라며 국감 자체를 거부키로 결정했다. 공직협은 국정감사를 강행할 경우 국감장 입구를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실력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전국 공무원노조(전공노) 경기도지부는 "국비 지원사업이나 국가 위임사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감사는 몰라도 고유사무에 대한 국정감사는 앞으로 거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전공노 및 광역자치단체 직장협의회와 연계, 앞으로 국정감사 거부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도 공직협 소속 공무원들은 지난해 국감 때도 국감장 앞에서 현수막을 내걸고국감 반대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남도청공직협도 30일 오후 전국 16개 시.도 공직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에서 열릴 예정인 국감관련 대책회의 결과에 따라 도청 공직협 차원의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전남도청공직협 관계자는 이번 대전모임에서는 전국 16개 광역지자체가 일제히지자체 국감 수감을 반대하는 방향의 합의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대전모임에는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노조 총연맹(공노련)과 전공노로 나눠져 있는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직장협의회장이 전원 참석할 예정으로 회의결과에 대한 파문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부산시와 경남도, 충청북도 등은 각각 아시안게임 준비와 수해복구작업,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개최 등을 이유로 올해 국감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지방정부 국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윤용희(尹龍熙) 교수는 "자치단체의 업무 중 국가가 예산을 지원한 위임 사무는 국회가 감사를 하고 지방 고유의 사무는 지방의회가 감사를 실시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며 "하지만 지방의회가 감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국가적으로 중대한 현안일 경우에는 국회가 지방 고유사무에 대해서도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대 행정학과 이병철(李炳澈)교수는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한 지방행정을 감시감독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국감을 반대하는 측의 우려를 불식하는 일, 즉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감사를 악용하거나 감사를 위한 감사를 하지 않는 등 감사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나경택.윤대복.심수화.김명균.박성우.정학구.서진발.김광호기자 = ryu62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