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대 <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이사장 gdchoi@kistec.or.kr > 요즘 살아가는 맛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월드컵이 준 감흥이 너무 컸던 것일까. 그것은 무언가에 집착할 대상이 없음이고,세상사를 부정적인 면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의 전의(戰意)를 다지곤 한다. 신문 가판대나 지하철 문고,역 대합실 같은 곳에서 주로 파는 월간지가 있다. 보통 4x6판 정도의 작은 판형으로 책값도 싼 편이다. 나는 이런저런 일로 짜증이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책들을 주로 사 보는데,책을 읽는 순간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되고,어느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된다. 책 내용이야 별 게 아니다. 일반 서민들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자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본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은 것 뿐이다. 그러나 그 책에는 우리 이웃이 겪은,아니면 우리가 겪었을지도 모르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있다. 친구에게 못되게 군 여중생의 반성,부모의 죽음으로 할머니와 가난하게 살고 있는 소녀가장의 다짐,군대 가서 죽은 아들을 못 잊는 부정(父情) 등 어쩌면 저리도 어둡고 못난 삶을 사는 이들이 많은지 놀라게 된다. 그러면서도 새삼 나는 살맛 나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 그처럼 고난스럽고 고통스러워도,그것을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고물을 모아 대학에 몇억원을 장학기금으로 기탁한 할머니가 나오고,새벽에 들어오는 노숙자에게 해장국을 주는 식당아줌마가 있고,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을 위해 생업을 팽개치고 그들을 병원에 실어다주는 운전사가 생기고,남을 위해 목숨을 바친 고(故) 이수현이나 고(故) 장세환 같은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닐까. 흔히 사람은 자신의 시각으로 타인을 본다고 한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자신의 뜻대로,아니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이야기다. 주위를 둘러보면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해 줄 만큼 인간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정작 내가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나 양보가 없는 삶,그런 무의미한 삶을 맹목적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