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5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사는 O초등학교 3학년 주현이네 집. 주현이와 또래 친구인 지현이 동명이 혜준이가 역할극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은 한 토론학습지 업체의 방문교사인 윤선영씨(29)의 지도 아래 창작동화인 '사냥꾼 키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씩 맡아 키쉬가 혼자 사냥을 떠난 후 마을 사람들이 키쉬를 비웃거나 걱정하는 모습을 재연해 냈다. 약 10분간의 역할극이 끝난 후 윤씨가 "꼬마 키쉬는 나이도 어린데 왜 혼자서 사냥을 떠난 걸까요?"라며 운을 뗐다. 그러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듯이 "자기(키쉬)가 가진 용기와 자신감을 보여주려고요"(동명) "아니야, 아버지가 없다고 동네 사람들이 자기를 깔보고 함부로 대하는 게 싫어서 떠나버린거야"(혜준)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어린 아이인데 꼭 혼자서 사냥을 가야했을까?"(지현) "아무도 자기를 비웃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겠지"(주현) 등 갖가지 의견을 쏟아냈다. 최근 들어 독서 토론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토론 학습은 주로 읽기 쓰기에 치중하는 기존 한글.국어학습과 달리 말하기와 듣기 교육까지 포함돼 있어 통합적인 국어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게 큰 장점이다. 더욱이 7차 교육과정 개편으로 단순한 지식전달보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지고 최근 입시에서 토론 면접이나 논술 등이 강조되면서 체계적인 독서 토론 수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독서 토론 수업은 대개 연령.수준이 비슷한 회원 3~6명에게 매주 1권의 책을 읽게 한 후 방문교사가 주 1회 정도 회원 가정을 찾아가거나 특정 장소에서 1시간~1시간20분간 집단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이라고 하지만 교사가 말하는 시간보다는 아이들이 서로 대화하고 질문하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다. 토론 수업 자체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현상을 놓고 학생들끼리 토론을 벌이면서 다양한 시각을 갖추며 자신의 생각을 다듬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단지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는데 주력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독서교육 역사는 매우 일천하다. 김봉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독서교육전공 주임교수는 "미국에선 독서교육이 수십년 전부터 어엿한 학문분야로 자리잡고 있고 '읽기전문가'도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반면 한국에선 지난 98년에야 비로소 대학에 독서교육 관련 전공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92년부터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등 민간단체에서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가공인 독서지도사 자격증은 없는 상태다. 현재 독서토론 교육업체에 소속돼 있는 방문교사들도 해당 업체에서 짧게는 며칠에서 길어야 6개월 정도 기본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권위있는 기관에서 독서 교육에 대한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해 전문 독서지도사 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