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상에 빛나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올리버칸(33)도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의 거듭되는 슈팅에는 별 수 없었다. '창과 방패의 대결'로 불렸던 2002한일월드컵 결승전은 브라질이 계속되는 파상공세 앞에 철옹성으로 불리는 독일의 수비망이 허망하게 무너져 일순간에 승부가 갈리고 말았다. 화려한 개인기의 브라질과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독일의 결승 대결은 72년 월드컵 역사에서 세계 축구팬들이 가장 기다려 왔던 순간이었다. 그동안 양팀은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에서는 모두 17차례 펼쳐져 브라질이 10승4무3패로 앞섰지만 유독 월드컵에서는 종전까지 단 한번도 맞붙지 못하는 묘한인연이었던 것. 결승전을 앞두고 객관전인 전력에서는 브라질이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됐지만독일은 전반전에서 토마스 링케-카르스텐 라멜로브-크리스토프 메첼더로 이어지는스리백이 브라질의 `3R 삼각편대'를 효과적으로 저지해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후반으로 접어들어 브라질의 공세가 가열되자 독일의 철벽 수비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골키퍼 칸의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브라질은 첫 골은 축구 천재의 호나우두의 동물적인 감각이 빛났지만 독일로선뼈아픈 실책이었다. 호나우두는 독일 진영에서 수비수로부터 공을 빼앗아 히바우두에게 연결했고 히바우두의 강한 슛이 칸의 가슴을 맞고 튀어 나오자 비호처럼 달려들어 팽팽한 균형을 깨뜨리는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날 전반전에서 3차례나 호나우두의 슛을 선방했던 칸이었지만 단 한번의 실수로 되돌릴 수 없는 결승점을 허용했다. 팽팽했던 무게 중심이 브라질쪽으로 기울자 추가 골은 의외로 쉽게 났다. 호나우두는 12분 뒤 클레베르손의 패스를 받은 뒤 아크 정면에서 독일의 왼쪽골포스트를 향해 강한 오른발 슛으로 쐐기골을 뽑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독일의 수비력은 최강으로 불렸지만 `매에는 장사 없듯이' 브라질의 끊임없는공격에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요코하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