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바우두의 벼락같은 터닝 중거리슛(벨기에와의 16강전 결승골), 호나우디뉴의 재치있는 로빙슛(잉글랜드와의 8강전 역전골), 슛동작조차 갖추지 않은 채 날린 호나우두의 감각적인 토킥(터키와의 4강전 결승골). 그리고 30일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요코하마국제종합경기장에 가득 찬 7만3천여관중을 한 순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호나우두의 연속골. `삼바 축구' 브라질이 통산 5번째 우승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결정적인 순간마다팀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린 주인공은 다름아닌 호나우두(26.인터밀란)-히바우두(30.바르셀로나)-호나우디뉴(22.생제르맹)로 짜여진 `3R 편대'였다. 이들은 한달 내내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그라운드를 휘저었고 전 세계에 삼바축구의 위대함을 알렸다. 팀이 뽑아낸 18골중 15골(호나우두-8, 히바우두-5, 히바우디뉴-2)을 합작한 이들은 특히 결승 토너먼트에서 터진 7골을 모두 책임지는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하며`트리플 킬러'의 위력을 발휘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까지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3R'이 이처럼 무서운파괴력을 뽐낸 것은 오랜 부상에 시달리던 전력의 `핵' 호나우두가 전성기 때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해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2년 넘게 무릎 부상에 시달리다 지난 2월 복귀한 호나우두는 짧은 적응 기간에도 불구하고 4년 전 프랑스 대회보다도 오히려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뛰어난 개인기와 저돌적인 돌파, 감각적인 슈팅으로 무장한 호나우두가 상대 문전을 헤집자 히바우두와 호나우디뉴의 플레이도 덩달아 탄력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여기에 좌우 윙백인 호베르투 카를루스와 카푸까지도 활동 반경이 훨씬 넓어져자유롭게 상대 진영을 넘나들었다. 이미 서른줄에 들어선 히바우두도 "소속팀에 집중하느라 국가대표팀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며 매 경기 투혼을 발휘했고 고비마다 천금같은 골을 성공시켰다. 또한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덤벼든 결승전에서도 강한 중거리슛으로 호나우두의 결승골이 만들어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여기에 뛰어난 패싱 능력과 정확한 킥을 겸비한 팀의 막내 호나우디뉴도 플레이메이커와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충실히 하며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으며 `3R 편대'의 한 축으로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개성 강한 슈퍼 스타들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데 신경쓰지 않고 팀으로서 조화를 이룬 것은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항상 강조해 온 `겸손' 때문이었다. 브라질은 단 한번도 상대를 깔보는 발언을 하지 않았고 "모두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스콜라리 감독의 말처럼 팀내에서도 누구도 스타 의식에 사로잡혀 경기를 그르치는 선수가 없었다. 카를루스가 "우리 팀은 하나의 거대한 가족같다"라고 말한 것이나 호나우두가 "98년대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고 밝힌 데에서 하나로 움직이는 팀내 분위기를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월드컵이 열리는 주기와 똑같은 4살 터울씩인 이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로 한동안 전 세계에는 `삼바 리듬'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요코하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