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대망의 월드컵 4강에 올랐다.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이어 강호 스페인까지 무릎을 꿇렸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기에 놀랄 까닭이 없고, 요행의 결과가 아니기에 행운의 여신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도 없다. 오직 실력 하나로 한국 축구는 여기까지 왔다.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 안정환 박지성…,스물세명 전사들과 그들의 지휘자 히딩크.밤 하늘에 별처럼 찬연한 빛을 발하고 있는 그 이름 앞에 새삼 어떤 형용사나 수식어가 필요할까. 정말 장하고 장하기만 하다. 이제 독일과의 준결승전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내친 김에 전차군단마저 일축한 다음 거친 호흡을 몰아 결승전에 오르고 기어이 FIFA컵을 거머쥔다고 해도 더이상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한국 축구는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독일에 진다고 해서 실망할 일도 아니다. 약체요 변방이며 FIFA랭킹 40위에서 몸을 일으켜 4강고지에 올랐으면 그것 만으로도 크나큰 성취다. 붉은 악마며 남녀노소 수백만 거리 응원단이 보여준 감동의 물결이면 그것 만으로도 군더더기 없는 완성이다. 바로 그것이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가 이루어 낸 것이다. 이제 결승전까지의 승패에 관계없이 이 힘,이 마음을 더욱 높이 승화시켜가는 일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월드컵 잔치의 주인된 품위를 끝까지 유지해야만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온국민 하나된 열정으로 이뤄낸 소중한 가치들을 키워가야 한다. 세계에 각인된 코리아의 힘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과제다. 위기극복의 타고난 기질을 갖춘 한국인이지만 월드컵은 그 힘을 더욱 철저히 다지는 계기도 됐다.경제에서도 정치에서도 더욱 신명나는 성과들을 얻어내자.세계 축구계는 한국의 4강 이후를 주목하겠지만 우리는 월드컵 이후를 내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