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양대 은행인 UBS와 크데리 스위스를 상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백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의 희생자들이17일 미국 뉴욕에서 집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스위스의 독어판 일요신문인 `존탁스차이퉁'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소) 희생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에서 승리한 바 있는 미국 변호사 에드 페이건이아파르트헤이트 정권 희생자들을 대신해 집단 소송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스위스 국제방송은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이건 변호사의 동료인 노르베르트 그슈벤트를 통해 집단소송 계획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페이건은 17일 취리히에서기자회견을 통해 아파르트헤이트 희생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밝힐 예정이라고 그슈벤트는 말했다. 존탁스차이퉁에 따르면 페이건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치하에서 고통을 받은 희생자들을 위해 스위스 은행들에 요구할 배상금액은 최소한 800억 프랑(5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UBS와 크레디 스위스는 지난 85년 남아공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가 취해진 이후에도 남아공 정권에 대한 대출을 계속했으며 이러한 협조관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챙겼다고 페이건 변호사는 주장하고 있다. 스위스는 당시 유엔의 대(對)남아공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남아공과의 관계로 인해 비판에 직면해왔다고 스위스 국제방송은 전했다. 그슈벤트는 최소한 80명이 집단소송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확인했으며 다른 희생자들의 참여를 위해 남아공에 상담소가 개설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옵서버지(紙)는 17일 남아공에 투자한 수많은 영국과 미국 회사들도 집단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페이건 변호사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나치 정권의 공포지배를 가능케 했고 공모했던 금융기관과 기업, 또는 그들의 대리인등이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과똑같은 유형의 거래에 기꺼이 응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한편 UBS와 크레디 스위스 등 스위스 주요 은행들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휴면계좌와 관련해 12억5천만달러의 보상기금을 설치했으며 강제노동 등에 배상도 지급한바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