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일 밤 2002 한ㆍ일월드컵 개막경기인 프랑스-세네갈전에 이어 2일 밤에는 일본서 열린 아일랜드-카메룬전을 녹화 중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네갈과 카메룬이 아프리카의 비동맹국이어서 이들 나라가 출전한 경기만을 골라 중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준비된 문화개방 계획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주민 전체가 볼 수 있도록 TV로 월드컵경기를 방영함으로써 사회에 미칠지 모르는 정치적 충격을 줄이면서 정체된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정책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경기 방영 시점이 외국인들의 방북이 많은 '아리랑'축전 기간이라는 점, 축구가 북한인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는 점 등을 근거로 하고있다. 북한은 특히 이들 경기의 방영을 통해 정체된 문화를 변화시키고 정치적으로는체제 내부의 단결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팀이 8강에 진출한 66년 런던 월드컵 때의 성적을 상기시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이를 토대로 경제를 부흥시키려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월드컵경기 방영이 준비된 문화개방계획의 일부라는 근거로는 지난 2000년 이후 방영된 TV 프로그램과 일본서 활동하는 가수 김연자씨의 잇단 평양공연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작년과 금년 4월에 성공적으로 진행된 김씨의 평양공연은 월드컵경기 방영에 큰 힘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씨의 공연 이후 강화된 주민들의 '외풍'에 대한 면역력을 믿고 이번 방송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000년 이후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노골적인 애정묘사 장면이 등장하는 러시아영화, 부부간의 불륜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이혼 등을 다룬 드라마를 잇달아 방영해 눈길을 끈 바도 있다. 월드컵경기 방영은 이와 함께 수세적이었던 기존의 '모기장 전략'을 공세적으로바꾸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즉 획일적 규제보다는 "모기장을 쳐도 막지못할 자본주의 풍조라면 어느 정도유입을 허용하는 것이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연합뉴스) 최척호기자 chchoi0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