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실적이 4월에 이어 두달째 증가세를 이어간 것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개선된 모습이다. 수출액이 작년 3월(1백41억2천5백만달러) 이후 14개월만에 1백40억달러대를 회복했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지난 4월(5억5천6백만달러) 한풀 꺾였다가 지난달엔 5억7천1백만달러로 다시 늘었다. 여기에다 지난달 외국인의 대한(對韓) 직접투자(FDI)가 작년 5월(5억9천8백만달러)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여 대외 신뢰도도 꾸준히 호전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최근 원화가치 급상승(환율 급락)으로 해외시장에서 수출가격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수출업체들의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달 조업일수가 작년 5월보다 하루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수출 증가율은 3.5%에 그쳐 본격 수출회복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력품목 호조세 지속=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 3총사'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현물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작년 5월보다 7.7% 늘어난 13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컴퓨터는 11억2천만달러로 32.1%,무선통신기기는 9억7천만달러로 33.6% 각각 증가했다. 가전도 14.6% 늘어난 9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자동차(3.3%) 일반기계(8.1%) 석유화학(2.7%) 선박(2.3%) 등 전통적인 수출 효자품목들이 대부분 호조세를 보였다. 그러나 섬유류(-3.6%) 석유제품(-40.2%) 신발(-11.0%) 완구(-7.0%) 등의 수출은 여전히 감소세였다. ◆수출시장 양극화=지역별로는 일본에 대한 수출 감소폭(-9.2%)이 한자릿수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또 대(對) 아세안 수출도 증가율이 지난 4월 19.4%에서 지난달 12.3%로 둔화됐다. 반면 대미 수출은 자동차(50.1%) 가전(56.6%) 컴퓨터(27.0%) 무선통신기기(11.3%) 등 주력 품목의 고른 호조세에 힘입어 21.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대중국 수출(24.7%)도 20%대의 증가세를 이어갔고 중동(39.9%) 중남미(51.5%)로의 수출도 급격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수출 복병은 없나=수출회복의 가장 큰 복병은 환율이다. 원화 환율이 지난 4월 중순 달러당 1천3백30원대에서 지난달 말엔 1천2백20원대로 급락했다. 원·엔 환율도 4월말 1백엔당 1천8원선에서 지난달 말엔 9백90원 안팎으로 내려가 그만큼 가격경쟁력 면에서 악화됐다.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환율 변동에 민감한 섬유 플라스틱 생활용품 타이어 등 경공업 제품과 중소 수출기업들이 하반기부터 직접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