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여 다시 한번/백합꽃 그늘 속에/그리움 여울지어/하늘에 속삭이니/일곱빛깔 무지개가/목메어 우네/꿈이여 다시 한번/내 가슴에 오너라'(조남사 작사,이인권 작곡,현인 노래 '꿈이여 다시 한번') '신라의 달밤''굳세어라 금순아'의 가수 현인씨(본명 玄東柱)가 세상을 떠났다. 현씨는 1919년 경남 구포에서 태어나 경성제2고보(현 경복고)와 일본 우에노(上野)음악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뒤 중국에서 활동하다 귀국,47년 '신라의 달밤'으로 스타덤에 오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색다른 멜로디와 독특한 창법의 노래로 이 땅 사람들의 아픔을 쓰다듬고 향수를 달랬다.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발표하던 날부터 폭발적 호응을 얻은 '신라의 달밤'에 이어 내놓은 '비 내리는 고모령'은 일제시대 고향을 떠났던 이들을 위로했고,'굳세어라 금순아'는 전쟁 통에 가족과 헤어진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는 또 음악전공자답게 작곡도 하고 샹송 칸초네 탱고 등 서구 멜로디의 소개에도 앞장섰다. 귀국 전 중국에서 만든 탱고가락에 가사를 붙인 게 '서울야곡'이고, 즐겨 부르던 중국노래를 원용한 게 '꿈속의 사랑'이다. '럭키 서울'은 가사에 외국어를 처음 넣은 노래,'베사메무초'는 국내 번안가요 1호다. 이목구비 뚜렷한 미남이던 그는 47년 무명가수가 천신만고 끝에 인기가수가 된다는 내용의 국내 첫 음악영화 '푸른 언덕'(감독 유동일)의 주인공을 맡았고,65년엔 악극 '춘향전'에서 이도령역으로 열연했다. 74년 미국으로 떠났지만 노래를 잊지 못하고 81년 귀국,나이에 상관없이 무대에 섰다. 91년 가요생활 50주년 기념앨범 '길'을 내고, 98년 은방울자매 남진 김세레나 등과 악극 '그때 그 쇼를 아십니까'를 시작, 2000년까지 공연했으나 지난해 봄 중단한 뒤 결국 세상을 떴다. 가요란 시대ㆍ사회상과 함께 대중의 정서를 대변한다. 절묘하게 떨고 꺾던 그의 '신라의 달밤'은 이제 들을 수 없지만 시절시절 고단한 이 땅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던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