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행된 대기업 임원인사의 특징은 한마디로 '재무통.연구개발(R&D) 인력.해외전문가들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CEO(최고경영자)들의 변동폭이 줄어든 대신 R&D 전문가들과 재무담당들이 대거 승진했다. 안정된 현금흐름을 통해 기업운영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승부사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의 경우 전체 승진임원수는 줄었지만 연구임원 승진자는 지난해 47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전체 승진자의 17%가 R&D 분야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윤종용 부회장, 진대제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 이윤우 반도체 총괄사장 등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LG는 LG전자 신규임원 21명중 35%인 6명을 R&D 전담 임원(상무급)인 연구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올해 총 10명의 R&D 전담임원을 새로 선임했다. LG전자 업무 프로세스를 전산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신문선 수석부장이 IT(정보기술)전문가로, LG텔레콤의 송기봉 부장은 이동통신 정보시스템 분야의 전문가로, LG칼텍스정유의 김영수 부장은 6시그마 전문가로 각각 인정받아 상무로 발탁됐다. 현대자동차에서는 김상권 연구개발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주요 5개 공장의 공장장이 승진했다. 기아자동차 김재만 소하리 연구소장은 부사장으로 영전했으며 현대모비스의 최정식 기술연구소장도 전무로 한 단계 직급을 높였다.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를 안정시킨데 기여한 재무담당자들의 승진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무급 이상 승진자 15명중 자금.재무팀 소속이 5명을 차지했다. 구조조정본부 최주현 전무는 상무로 진급한지 1년만에 다시 한단계 뛰어올랐다. LG전자 재경담당 권영수 상무는 임원으로 선임된지 5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구조조정본부 조석제 상무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영업과 마케팅분야에서 해외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한 것도 올해 인사특징중의 하나다. 특히 '중국전문가 우대현상'이 두드러졌다. 삼성에서는 해외법인의 임원 승진규모가 지난해보다 21명이 많은 68명을 기록했다. 전체 승진자의 20%에 이르는 규모다. 전략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지역에서만 12명을 배출했다. LG도 해외사업 관련 인력, 특히 중국지역 사업을 보강하기 위한 인사가 눈에 띈다. LG화학은 김한섭 ABS사업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중국내 ABS공장을 책임지도록 했다. LG전자는 중국 영업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영업담당인 강승구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중국 영업담당으로 발령냈으며 7명의 해외사업 관련 임원을 새로 뽑았다. 윤석경 SK C&C 사장은 마케팅과 해외사업을 총괄하면서 두드러진 실적을 올려 올해 두 단계나 승진했다. 홍영춘 SK글로벌 에너지판매본부 사장과 홍지호 SK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도 영업호조에 따른 실적향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1년여만에 한 단계씩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