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와 80년대초 납치와 암살 행위로 이탈리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극좌 도시게릴라단체 '붉은 여단'이 최근 활동을 재개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9일 마르코 비아기(51) 노동장관 고문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붉은 여단'의 성명을 분석한 테러전문가들에 따르면 26쪽에 달하는 문서는 명석하고 분석적인 사고를 토대로 한 것으로 이 게릴라단체가 또 다시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붉은 여단'이 이탈리아의 언론기관 및 노조단체에 인터넷을 통해 보낸 이 성명은 현재 이탈리아와 여타 세계가 직면한 정치.경제적 상황을 냉정하면서도 약간은 진부한 용어를 사용, 총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붉은 여단'은 이 성명에서 혁명을 통해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독재' 체제를 구축, 중산층의 제국주의를 타파할 것을 주장, 지난 70년대와 80년대와 같은 노선을 걷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성명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현 정부와 그 전의 중도 좌파 정부들이 모두 노동자계급의 힘을 약화시켰다고 비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조의 '배반'과 함께 심지어는 극좌인 재건공산당이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성명은 또 중국이 사회주의를 팽개치고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비록 '9.11 테러공격'의 제1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을 노골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대한 작년의 테러가 "제국주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찬양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현지시간) 볼로냐지역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살해된 로베르토 마로니 노동장관의 비아기 고문은 이탈리아의 주요 산업조합인 "콘핀두스트리아"의 견해와 입장의 대변자로 '붉은 여단'은 그가 베를루스코니 총리정부를 위해 작성한 노동시장 백서에 제시한 "사회적 모델"이 그의 죽음을 정당화시켜 준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당국은 지난 70년대와 80년대 악명을 떨쳤던 '붉은 여단'게릴라들에 대한 소탕 이후 이 조직이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믿었으며 이 때문에 지난 1999년정부의 노동 개혁안에 관여하던 마시모 단토나 정부 고문이 '붉은 여단'에 피살됐을 당시만해도 과거의 향수에 젖은 게릴라들이 마지막으로 저지른 행위 정도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단토나 고문을 살해한 동일범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비아기 고문 살해사건은 이탈리아내에서 새로운 세대의 '붉은 여단'의 싹이 움트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의 최대 야당인 민주좌파 지도자 피에로 파시모 당수는 오늘날의 테러리스트들은 수적으로는 적지만 더 이상 과거의 잔재는 아니다면서 "이 현상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테러전문가들은 지난 70년대와 80년대 수 백명에 달했던 '붉은 여단'게릴라의 수가 지금은 수 십명에 불과할 것으로 믿고 있으나 과거와는 달리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로마 dpa=연합뉴스) ks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