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K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김주영씨(29.가명). 최근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일자리를 얻으면서 1년여에 걸친 고달픈 구직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예전 같았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중소기업 구인공고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지난 가을부터. 매일매일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서핑하며 낸 이력서가 1백여통이 넘어갈때 쯤이었다. 연봉도 꽤 괜찮았고 자신의 업무영역이 명확한게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회사의 알찬 사업내용이 결정적으로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1월말 현재 실업자수는 80여만명에 달했다. 이중 15~29세의 청년실업자 수는 40만명을 넘어 전체 실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외환위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졌던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구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절대 일자리수가 감소한데다 기업들의 채용방식 또한 기존의 '양적채용'에서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질적채용'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수개월의 업무교육이 필요한 신입사원보다는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채용패턴 변화가 실업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취업보증수표'로 여겨졌던 명문대 졸업장과 9백점대의 토익성적표는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그렇다고 실망하고 좌절하고만 있을 필요는 없다. 김주영씨처럼 '눈높이'를 낮추면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지난 1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발표한 '올 상반기 중소기업 인력채용전망'에 따르면 조사대상업체 5백14개사의 76%인 3백88개사가 신규인력 채용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희망인원을 전부 채용할 것이란 응답은 32.1%에 불과했다. 기대임금과 실제임금간의 격차, 근무지 등 구직자와 구인사의 조건불일치로 수많은 일자리가 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채용시장에도 곧 '훈풍'이 불어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최근 매출액 5백억원 이상의 3백2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올해 채용규모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32%인 1백개사가 채용계획을 확정했고 채용규모는 모두 2만3천1백21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채용규모인 1만6천1백95명에 비해 30%가 늘어난 수치다.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대기업들도 경기회복에 따른 본격적인 채용이 구체화될 경우 올해 채용시장은 어느정도 숨통을 틔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구직자들은 모처럼만에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취업 계획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 취업 전문가들은 취업 준비기간을 허송하기 보다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기업의 '입맛'을 맞출 수 있도록 경력쌓기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전공과 적성에 맞는 분야를 미리 파악해 자신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추진중인 직장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해 현장감각을 익히거나 각종 직업훈련을 통해 자기계발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철저한 준비에 나서면 굳게 닫혀진 취업문의 '빗장'도 쉽게 풀 수 있다. 이정호.홍성원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