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 W. 부시대통령이 오는 6일까지가 시한인 철강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관세율 등 조치수위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부시대통령은 최근 미국 철강업계와 노동조합 등 강력한 수입제한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압력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제한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국제 철강업계 상황이 개선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여타 철강생산국들의 반발을 감안해 부시대통령이 제한조치의 수위를 어느 정도는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만약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권고한 16품목의 수입품에 대한 최고 40%의 추가 관세 부과조치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세계무역장벽의 제거를 주장해온 공화당의 당론에 어긋날 수 있는데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과의 무역분쟁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또 지난해 철강수입 물량이 20%나 감소했으며 최근들어 가격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외국 철강업체들과 미국의 철강소비업체 등 철강수입 제한조치에 반대하는 업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미국의 철강업체들은 아직도 행정부의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부시대통령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주요 철강생산 지역인 오하이오주,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에서 몰려든 철강 노동자들은 워싱턴에서 지난해 9.11테러 사태 이후 최대 정치집회를 개최, 철강산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 주들이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격전지로 알려져 있는 데다 철강업계의 경우 공화당의 유력한 지지세력이기 때문에 올연말 의회선거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이 이들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FT는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비교적 비중이 큰 품목들에 대해 20-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서부지역 제철소들이 사용하는 반제품의 경우 수입규제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같이 절충적인 입장을 결정할 경우 경쟁력이 강화되는 누코와 같은 미국의 소형제철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관련업체들이 불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동시에 외국 철강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규제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내에서 분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는 한편 유럽연합(EU)이 철강생산능력 감축협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빌미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