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른다고 했던가. 미국 PGA투어 가운데서도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은 AT&T페블비치 내셔널프로암대회(총상금 4백만달러)는 올해도 최종일 숨막히는 역전 드라마를 선보이며 새 스타를 탄생시켰다. 우승컵의 주인공 매트 고겔(29)과 4타차 단독 선두였다가 2위에 머무른 팻 페레즈(25·이상 미국)의 운명은 최종홀에서 엇갈렸다. 고겔은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GL(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3언더파 69타(버디 4개,보기 1개)를 기록,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백74타로 '투어 루키' 페레즈에게 역전승을 거두었다. 고겔은 이로써 2년 전 이 대회 최종일 7개홀을 남기고 7타차 리드를 하다가 타이거 우즈에게 대역전패한 아픔을 씻었다. 이 대회는 3년 연속 3라운드까지 4타차 이상의 단독 선두 선수가 역전패하는 징크스가 이어졌다. 2부(나이키)투어에서 6승을 올린 고겔은 지난 99년 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3년 만에 첫승을 올렸다. 고겔은 우승상금 72만달러(약 9억4천만원)를 받아 통산상금 2백만달러를 넘겼다. 최종일 경기 전까지 페레즈는 고겔에게 4타 앞서 있었다. 지난해 퀄리파잉스쿨 1위를 한 '특급 신인' 페레즈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멸하고 말았다. 이날만 OB 2개에 워터해저드행이 한 번 있었다. 결과는 트리플보기와 더블보기 1개씩에 보기는 6개,파는 고작 5개에 그쳤다(버디는 6개). 페레즈는 14번홀(파5)에서 스푼 세컨드샷이 슬라이스로 OB가 나면서 조짐이 좋지 않았다. 더블보기가 되면서 처음으로 앞조의 고겔에게 선두를 빼앗기는 순간이었다. 페레즈는 그러나 15,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고겔에게 다시 1타 앞섰다. 그 유명한 18번홀(파5)에 다다른 페레즈. 이변이 없는 한 첫 우승컵을 안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였다. 페레즈의 드라이버샷은 그러나 30㎝ 차이로 울타리 근처 OB에 떨어졌다. 얄궂게도 그린에서는 고겔이 버디를 잡고 환호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페레즈는 설상가상으로 네 번째 샷마저 훅이 되며 태평양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자신도,갤러리도 넋이 나갈 수밖에 없는 트리플보기. 마지막홀을 남기고 1타 뒤지던 고겔이 오히려 3타 앞선 채 정상에 오르는,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고겔은 "내가 2년 전 겪은 아픔을 되풀이한 페레즈가 안됐다"면서도 "나는 그때 골프는 72홀을 끝내봐야 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투어사상 최초로 파4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앤드루 매기와 US오픈을 두 번 석권한 리 잰슨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우즈는 이날 최소타수인 68타를 쳤으나 우승 경쟁의 변수가 되지 못했다. 합계 6언더파 2백82타로 공동 12위.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