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법무실은 활동영역이 광범위하다. 간단한 계약서 작성에서부터 소송에 이르기까지 법무실 직원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업무를 찾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법무실 직원 5명이 모두 5백90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업무를 소화해냈다. 지난 1998년에 설립된 ''햇병아리'' 조직에 불과하지만 회사내에서 꼭 필요한 부서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법무실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이 기업공개와 기업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 업무를 대폭 강화키로 천명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조만간 법무실 인력을 대폭 확충해줄 방침이다. 법무실을 이끄는 사령탑은 이정숙 상무(37). 지난 99년 삼성증권에 합류한 이 상무는 현직에 있는 유일한 여성 ''인하우스로이어''. 지난 94년 사법연수원(23기)을 수료한뒤 5년간 법무법인 광장(구 동서)에서 기업 법무의 실무를 익혔다. 건국대 법학과(84학번)를 졸업했다. 이 상무는 4명의 팀원이 1차적으로 처리한 업무를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법무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각 사업부의 주요 의사결정 내용을 사전에 검토하는 일. 각종 사업과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는지 미리 파악해야만 위험을 줄일수 있어서다. 이 상무는 "지난 99년 사내 규정으로 ''사전 법률 점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법무실에서 회사의 모든 법률 리스크를 체크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은 시스템은 다른 증권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삼성증권 법무팀만의 자랑"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계약서와 약관 등을 최종 검토하는 일도 법무실의 몫. 다른 회사와 맺는 각종 업무협약에서부터 물품구매 계약, 고용 계약 등 사내 계약서에 이르기까지 검토 대상도 다양하다. 선임 팀원인 이학기 변호사(35.과장급)는 각 부서에서 수시로 의뢰하는 각종 계약서를 검토해 주고 있다. 고려대 법학과(86학번)와 동 대학원을 수료한 이 변호사는 지난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뒤 곧바로 삼성증권에 입사했다. "단기간에 많은 기업법무를 익힐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자평이다. 이 변호사는 고객들이 제기하는 민원을 처리하는 데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따금 민원이 소송으로 이어지면 이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검토의견을 작성한뒤 외부 로펌에 사건을 의뢰한다. 삼성증권 법무실은 증권업무와 관련된 법률제도를 개선하는데에 공을 세운 적이 있다. 지난 99년 미상장법인이 기업공개를 하거나 기업들이 무보증 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증권사와 계약할 때 작성하는 표준계약서상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해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증권이 증권사의 권익을 대폭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계약서를 만든 뒤부터 발행회사의 입장만 대변하던 기존 계약서는 더 이상 발을 못붙이게 됐다. 이 상무는 "삼성증권이 세계 유수의 투자금융회사로 발전하는데 법무실이 최고의 조력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국내 자본시장이 아직도 법조인들에게는 미개척지나 다름 없는 만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