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락 후유증을 겪었다. 투자심리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주가는 일중 큰 폭에서 요동쳤다. 종합지수는 지난 9월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흘 연속 하락,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단기 랠리를 이끌어 낸 두 축인 수급과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유동성 보강의 주역인 외국인은 넉달여중 최대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차익실현 욕구를 분출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은 엇갈린 지표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상승 추세가 살아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저가매수심리를 감안하면 반등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반등을 현금확보의 기회로 삼고 매수기회는 지지선 확보를 확인한 이후로 미루자. ◆ 용수철 장세, 대응법 = 29일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3.16포인트, 0.50% 내린 628.86을 기록했다. 급락 추세가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일중고가 641과 저가 616 사이에서 출렁였다. 시장베이시스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매매가 장세를 쥐락펴락했고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투신권의 환매물량 출회에 개인의 적극적인 매수 가담이 조연을 맡았다. 최근 급등락을 거치며 증시에 불안 심리가 팽배해졌다. 시장이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투기적인 매매 패턴을 구사하면서 매수차익잔고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 등 펀드 환매가 잇따르고 있어 지수 급등락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라는 지적이 많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변동성 확대는 탈출구를 찾지 못한 시장 심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심리를 감안 은행, 증권, 건설 등 대중주 순환매에 대비한 전략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기술주나 업종대표주 비중을 줄이고 배당관련주나 소테마주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지수관련주에 비해 변동폭이 작은 데다 조정국면이 이어질 경우 개별종목 장세로의 확산에 미리 대비할 수 있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버티기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약세장 랠 리가 고점을 찍은 만큼 종목 발굴보다는 현금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회복 vs 침체 = 경기가 예상만큼 빠른 회복세로 접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거침없이 오르던 주가를 아래로 내밀었다. 전미경제조사국은 뒤늦게 지난 3월부터 미국경제가 침체에 들어섰다고 발표한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베이지북도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또 컨퍼런스보드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7년반중 최저 수준을 나타내면서 경기회복 기대감과 주가 상승 곡선을 동시에 꺾었다. 시장관심이 유동성에서 펀더멘털 이동하면서 증시가 유동성 장세를 거쳐 실적 장세로 진입하는 대세 상승기 초입부에 이르렀다는 견해는 한발 물러섰다. 증시는 당분간 새로운 경제지표에 주목하면서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이날 국내에서는 '10월 산업활동 동향'이 나왔다. 산업생산과 출하가 두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데다 추석영향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하나경제연구소 곽영훈 연구위원은 "10월 산업활동 동향이 예상보다 개선됐지만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경기회복이 나타나더라도 V자형보다는 소비를 위주로 한 완만한 회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우증권 신후식 경제조사팀장은 "긍정적인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더불어 경기회복 시기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신호로 파악된다"며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이 한국 경제에 대한 차별화인식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 팀장은 "최근 급등으로 경기회복은 이미 반영됐다"며 "향후 증시는 긍정적인 경제지표에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대신 악화된 지표가 나올 경우 하락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