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0여일만 지나면 유로화가 우리의 주머니 안에 들어와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쓰이게 된다. 우리는 아테네에서 대서양 연안까지 환전하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게 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예전보다 훨씬 편리하게 비교할 수 있다. 경쟁력과 가격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회사들은 여러 종류의 통화를 취급하는 불편 없이 시장을 확대하고 기업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 유럽인들은 유럽지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일한 지폐와 동전을 갖게 됨으로써 훨씬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유로지폐와 동전의 도입은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전례없는 병참학(logistic)적인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약 1백50억장의 지폐와 5백억개의 동전이 만들어져 금융분야와 소매분야,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순차적으로 배분된다. 지난 9월1일부터 유로화가 금융과 소매분야로 수송되기 시작했으며 점차적으로 다른 경제분야들에 확산될 것이다. 물론 유로지역 이외에도 유로지폐에 대한 상당한 수요가 존재한다. 우리는 비(非)유로지역에 대한 유로지폐의 1차 공급 계획을 이미 마련해 놓았다. 유로화의 도입은 유럽 역사상 커다란 분수령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존 12개 국가의 중앙은행은 일반인들이 유로지폐와 동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유로화의 빠른 확산과 정착은 우리가 '우리의 화폐'(Our money)란 주제를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면 할수록 유럽인들은 유럽이 추상적이고 희미한 개념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역동적인 현실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될 것이다. 갓 세살이 지난 ECB의 사명은 유로존의 12개 국가와 3억 인구에 대해 단일한 통화정책을 수행함으로써 통화안정을 보증하는 것이다. ECB의 업무는 통화정책의 결정과 운영,통계 지불시스템관리,법적 문제 처리 등 복잡해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유로지역의 통화안정이다. 다시 말해 유로지폐와 동전의 가치를 보호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다. ECB는 지금까지 유럽시민을 위해 이 역할을 충실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유로화 도입으로 인한 충격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가격투명성과 시장경쟁은 유로화 환전에서 비롯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킬 것이다.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은 합의된 규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유로화 도입이라는 중차대한 이벤트에 정당치 못한 가격인상으로 그늘이 드리워져서는 안된다. 어떤 가격인상도 유로화의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유로화 환전에 대한 신용에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이다. 일반인들도 유로화 교환 기간 동안 가격변동에 대해 주의 깊게 감시하고 이 기간을 악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우리는 2002년 1월1일에 유로를 도입하는 게 아니다. 유로는 1999년 1월1일부터 '우리의 화폐'였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유로지폐와 동전의 도입이다. 2002년 1월1일부터 유럽의 12개 국가는 사상 처음으로 단일 통화인 '유로,우리의 화폐'(the EURO.OUR money)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최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유로,우리의 화폐' (the EURO.OUR money)란 제목으로 행한 연설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