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고교들이 8일 수험생들을 상대로 대입 수능시험을 가채점한 결과 계열별로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가 작년보다 30~40점, 중.하위권은 50~60점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370점대 이상 상위권은 얇게, 중위권은 두텁게 형성되는 등점수분포대가 '상박하후(上博下厚)형'내지 `항아리형'이 될 것으로 보여, 올 대학입시에서 수능점수가 승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이 매우 어렵게 출제되고 영역별로 상위 30%의 수험생만이 풀 수 있는 고난이도의 문제가 골고루 배치되는 등 출제본부측이 수험생들의학력저하를 감안하지 않은 채 작년보다 난이도를 상향 조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해찬 1세대'인 현 고3생의 경우 370점 이상 고득점이 대폭 줄어들고 상위권이 340~350점대로 `하향 평준화'되면서 일선고교의 입시지도에 극심한 혼선이 예상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재수생들의 강세가 예상된다. 이처럼 수능점수의 하락이 극심하게 나타남에 따라 정시모집 합격선이 낮아지고수험생들의 안전지원으로 `눈치작전'이 극심할 전망이다. A과학고의 경우 지난해 390점대가 21명, 380점대가 15명이었지만 올해는 380점대 이상을 찾아볼 수 없었고 370점대가 6명에 그쳤다. 이어 360점대와 350점대가 각각 16명, 340점대 8명, 330점대 9명 등으로 전체적인 점수대가 대폭 내려앉았다. 남여공학인 B고는 작년 390점대 3명, 380점대 42명, 370점대 48명 등 두터운 상위권을 형성했지만 올해는 360점대의 자연계 6명이 최상위권을 형성하는데 그쳤다. 350점대도 6명(자연계)에 불과했고 340점대 17명, 330점대 19명 등으로 나타나상위권은 30∼40점, 중위권은 50∼60점정도 하락했다. 지난해 390점대에 50명이 대거 포진했던 C외고는 올해 390점대가 1명도 없었고380점대 5명, 370점대 18명에 그쳤으며, 360점대 43명, 350점대 49명을 각각 기록하는 등 상위권의 점수 낙폭이 20∼30점에 달했다. 이어 340점대 57명, 330점대 61명, 320점대 43명 등으로 나타나 중위권도 점수가 40∼50점씩 떨어졌다. D여고는 작년 390점대 2명, 380점대 24명, 370점대 28명이었으나 올해는 360점대와 350점대가 각 1명씩에 그쳐 부진을 면치못했다. E고도 작년 52명이나 됐던 380점대 이상이 올해는 1명도 없었고 370점대가 겨우1명을 기록한데 이어 360점대가 8명에 그치는 등 상위권도 30∼40점이 떨어졌고 중위권도 50점가량 떨어졌다. 서울소재 모여고 진학지도부장은 "평소 370점대를 받았던 학생의 경우 가채점결과 347점 정도를 받았고, 평소 350~360점을 받았던 학생은 310점대 이하로 떨어진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풍문여고 3학년 주임 김길동 교사는 "중.상위권으로 분류되는 340~350점대 학생들 대부분 30~40점 가량 점수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 반에서 수능 350점대 이상의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김 교사는 "수능성적의 극심한 저조로 인해 내가 아는 학생 중에도 서울대 수시모집 최종합격이 우려되는 학생이 2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상문고 노정옥 3학년 진학주임도 "모의고사 370~380대의 학생의 경우 20점 가량떨어지는 등 상위권의 경우 최고 30~40점대, 중.하위권은 50~60점 가량 낮아진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수생들의 경우 점수 하락폭이 390점대 최상위권의 경우 20점 안팎으로, 370~380점대는 30점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재학생들의 하락폭보다는 나은 것으로 분석돼 강세가 예상된다. 이에따라 입시전문기관들은 올해는 작년보다 정시모집 합격선이 크게 낮아져 서울소재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360점 이상이면 지원해볼 만하고 300점 이상은 서울소재 대학에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현 고3생들의 심각한 학력저하 현상을 감안하면,재학생의 점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재수생보다 훨씬 더 커질 것 같다"면서 `재수생강세'를 예고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평소 모의고사에서 380~390점대를 받았던 학생들이 한 반에서 65~70명 가량 분포됐으나 올 수능이 어려워 한 반에서 380점 이상을맞는 학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