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지고, 리모델링이 뜬다' 그동안 재건축이란 '절대 강자'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던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재건축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공동주택관리령 및 관리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20년 이상된 공동주택의 리모델링이 입주자 대표회의 제안으로 가능해진다. 또 전체 입주자의 80% 이상이 동의하고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시장 등이 인정할 경우 동(棟) 또는 단지 단위로 개보수 할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소형평형 의무비율 부활, 용적률 규제 등으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된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쪽으로 방향을 트는 단지가 늘고 있다. 무리한 재건축 수주전을 펼쳐 왔던 건설사들도 이같은 상황변화를 인식, 리모델링 분야의 역량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재건축 추진단지 리모델링으로 급선회 =서울에서는 20년 안팎의 강남권 중층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을 사실상 접고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31~51평형 2백16가구로 이뤄진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77년 완공)는 최근 동별 주민회의를 거쳐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 연내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7개 건설사에 사업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 83년 완공된 송파구 잠실동 우성 4차(27~32평형 5백55가구) 주민들도 지난달 삼성물산으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아 놓은 상태다. 추진위는 곧 주민 설문조사를 벌여 보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압구정동 구현대 31-33동과 신현대 서초구 방배동 우성 1차, 신동아, 삼호아파트 등이 동 또는 단지 단위의 리모델링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 1호 단지가 관건 =주민들의 움직임이 구체화되자 건설업체들도 리모델링 후보단지의 리스트를 내부적으로 작성하는 등 내년부터 시작될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리모델링 붐이 일기 위해선 5백가구 정도의 중형단지에서 '리모델링 1호'가 시범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국리모델링협회와 대형 주택건설사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회의를 갖고 서울 6개 시범단지의 리모델링을 본격 추진키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협회는 영등포구 용산구 강남구 서초구 강동구 송파구 등 6개구에서 리모델링이 가능한 14개 단지를 1차로 선정, 재건축이 불가능하고 입주자들이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1개 단지를 구별로 확정해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리모델링협회 시범사업단 임봉섭 부장은 "협회와 13개 건설사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사업설명회, 주민동의, 주민총회 등 추진단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컨설팅을 해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의식 변화가 중요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금융 조세지원과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아파트 주민들이 과거 막대한 시세 차익을 안겨줬던 재건축 환상에서 벗어나는게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특별수선충당금 적립분에 대해 연말 소득공제,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경우 부가가치세 면제 등 조세지원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재건축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자산가치 상승 정도가 덜 하더라도 삶의 질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젠 금융.조세지원 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할때"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