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도 나에게 맡겨다오." `소방대장' 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포스트시즌만 되면 고개를 숙이던 진필중(두산)이 무섭게 달라졌다.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98년 이후 지난 시즌까지 진필중이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성적은 단 4패. 특히 2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했던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기억하기조차 싫은 순간이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말 2실점,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쓰며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잃었고 결국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로 등판하는 우여곡절까지 겪었다. 그러던 진필중이 올해는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기록했던 진필중은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의 뒷문을 책임지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리고 24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이 무서운 추격을 펼치던 7회말 등판, 2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팀에 소중한 승리를 선물했다. 개인적으로도 한국시리즈에서 생애 첫 세이브를 거두는 영광의 순간이었다. 선발 투수들의 부진으로 불펜의 활약이 승부의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팀이 진필중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전날 양팀 합해 총 14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상대 타선의 화력을 효과적으로 봉쇄한 투수는 진필중말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오명을 완전히 씻은 진필중이 두산의 우승을 향한 여정에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