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기존 아나로그 TV로 고화질의 디지털 방송을 그냥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바로 "셋톱박스(수신기)"라는 장치다. 디지털 TV중에서도 셋톱박스를 내장하지 않는 PDP-TV등의 경우 셋톱박스를 별도 구입해서 설치해야한다. 셋톱박스를 구입하기 전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과 디지털 위성방송을 함께 시청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디지철 지상파 방송은 고화질(HD급)이고 디지털 위성방송은 표준화질(SD급)이지만 음악 오락 문화등 60여개의 채널을 즐길 수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사업자인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셋톱박스를 10만원대의 싼값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디지털 지상파방송은 시청자들이 셋톱박스를 고가에 구입해 직접 설치해야 한다. 셋톱박스의 역할=셋톱박스란 TV위에 놓이는 박스라는 의미다. 방송국에서 보내는 디지털 신호.정보를 받아 음성 및 영상 신호로 변환하는 기능을 한다. 지상파,케이블,위성 등의 방송신호와 초고속 통신이나 전화망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받을 수 있다. MBC KBS 등이 쏘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이나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보내는 위성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가 꼭 있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 가정이 보유중인 TV는 아날로그 TV여서 셋톱박스를 달아야만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용 셋톱박스는 90만원~1백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가 셋톱박스를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위성방송용 경제형(보급형) 셋톱박스는 KDB가 10만원대(설치비 3~4만원 별도)에 공급할 계획이다. KDB는 경제형 셋톱박스 1차(30만대) 공급자로 현대디지탈테크.휴맥스.삼성전자 등 3개 업체를 선정했다. 셋톱박스에는 제한수신장치(CAS).프로그램안내(EPG).PPV(Pay Per View) 등 위성방송서비스의 기본기능이 탑재된다. 왜 두개의 셋톱박스 필요한가=다음달부터 방송하는 지상파 방송과 위성방송은 모두 디지털방송이란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같이 쓸 수 없다. 채널 대역폭이나 영상.음성신호의 변.복조방식 등이 달라서다. 위성방송용의 경우 KDB에 가입하지 않으면 방송 시청이 안된다. KDB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장치인 CAS때문이다. CAS가 장착안된 셋톱박스는 KDB의 위성방송을 볼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셋톱박스를 선택할 수 없으며 KDB가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지상파와 위성 디지털방송을 모두 수신할 수 있는 콤보형 셋톱박스도 개발됐으나 시장성을 이유로 업체들이 판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콤보셋톱박스를 미국 디렉TV를 통해 미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나 삼성전자 휴맥스 등은 기술은 있어도 개발을 미루고 있다. 가격이 비싸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 디지털지상파 방송은 미국의 ATSC방식,위성방송은 유럽의 DVB-S를 채택하고 있다. 양 방송의 영상신호 압축방식이 달라 이를 모두 지원하는 셋톱박스는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셋톱박스를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 비용을 꼼꼼이 따져 어느 것이 알맞는 모델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비싼 셋톱박스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PDP나 고가의 디지털TV를 구입했다면 지상파방송용 셋톱박스를 구입,고화질의 방송을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부담이 된다면 KDB의 위성방송을 기다려 가입신청을 한 뒤 위성용 셋톱박스를 설치,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도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