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함으로써 지난 1월 행정부 출범이후 자신의 대북관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 대해 "우리(미)와의 협상뿐 아니라 한국 정부와의 약속도 이행하기를 거부하는,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인물"이라고 묘사함으로써김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협상을 했으면 자기 몫을 해야 하며,만나겠다고 말했으면 만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3월 자신의 취임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가진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북한의 지도자(김 위원장)에 대해 약간의회의(scepticism)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은 한국과 만나지 않고 있으며, 우리와도 만나지않을 것이다. 아마 그가 만나지 않으려는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도 든다"고 말해 김위원장에 대한 다소 비관적인 감상까지 제시했다. 나아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식량난에 주목,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소하는 것이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김 위원장이 위기를 수습하지 않고, 지나치게 의심하고 비밀스럽다는 점에 실망했음을 밝힌다"고 덧붙이고 있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교류가 빈번할수록평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아래 북한과 협상할 것임을 분명히하면서 지난 6월제시했던 대북 3대의제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향후 북미대화의 의제와 관련, 재래식 병력을 후방으로 배치하는 문제,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이를 실천함으로써 세계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 언급은 결국 한반도 평화와 이를 위한 남북및 북미대화 재개에 긴요한 `공'이 북한측에 넘어가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북미관계 설정에 있어 향후 북한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유사한 맥락에서 최근 테러참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중에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한반도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북한은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몰두하는 동안 어떤 방법이나 형태로든 오판해서는 안되며, 우리는 한국민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확언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