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5일 오전 방한,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7시간30분간 서울에 머무르다 도쿄로 돌아갔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국립현충원과 서대문 독립공원을 방문하고 지난 1월 도쿄지하철에서 일본인 승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씨 부모와도 만났다. 또 이한동 국무총리를 면담,양국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8시20분 서울공항에 도착,곧바로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헌화·분향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방명록에 자신의 한자 이름(小泉純一郞)으로 서명한 뒤 한·일 양국현안에 대한 일체의 언급없이 곧장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향했다. 그는 독립공원내 지하고문실 등을 약 30분간 돌아본 뒤 추모비 앞에서 한국기자들에게 과거사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시종 침착한 말투로 '서로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차례 사용,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공원내 역사전시관 방명록에 '사무사(思無邪·평소 마음과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뜻)'란 시경 구절을 인용해 서명,눈길을 끌었다. 이는 한국에 대해 편견과 나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라는게 배석자들의 설명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고 이수현씨 부모 등을 일본대사관에서 만나 위로했다. 당초 이씨 부모의 면담은 서울 호텔롯데로 잡혔으나 이를 알게 된 시민단체 회원들이 호텔앞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정보에 따라 일본대사관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