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테러 전쟁 수행의 전제 요건인 국제연합전선 구축을 위해 `외교 전선'에 화력을 총동원하고 전면전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지지를당부한 데 이어 19일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과도 각각 만날 예정이다. 20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방문하고 다음주에는 장 크레티엥 캐나다총리도 달려오는 등 숨가쁜 정상 외교가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19일 오후까지도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이 21일에 도착하는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도 만날 공산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들 외국 지도자의 워싱턴 방문은 대부분 테러 사태 이전에 정해졌으나 상황이달라진 만큼 테러가 단연 최대 의제로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부시 대통령이전 같으면 잘 만나지 않던 외무장관들에게까지 시간을 내주는 것도 이례적으로 미국의 다급한 입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크레티엥 총리, 페르디난도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19일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도 각각 전화를 걸어 미국에 대한 지지를 다졌으며앞으로도 전화 정상 외교망을 풀가동할 작정이다. 바쁘기는 외교 총사령탑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더 바쁠 지도 모른다. 파월 장관은 18일 유엔총회 의장인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과 테러 사태 이후 첫 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바노프 장관, 피셔 장관, 탕 장관, EU의장국인 벨기에의 루이 미셸 외무장관,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레나토 루지에로 이탈리아 외무장관 등과 줄줄이 만나 테러 공조 방안을 협의한다. 파월 장관은 18일 밤 수단의 무스타파 오스만 이스마일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가졌는데 양국 외무장관의 접촉은 몇 년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전방위 외교 공세를 펴며 허둥대는 것은 지난 11일 뉴욕과 워싱턴 동시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의 테러 전쟁 선언 당시만 해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국제 연대가 결성되기도 전에 와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에는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전통적 우방들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등의 경쟁국도 지지 의사를 밝혔고 미국과 사이가 껄끄러운 북한, 이란, 시리아, 수단 등도 테러 규탄 대열에 동참하면서 국제 연대는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테러 국면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시라크 대통령도 방미 일정을 취소하려다 부시 대통령의 강권으로 마지 못해 방문했으나 수사적 차원을 넘는 실질적 지지 표명에는 난색을 보이는 등 서방 진영도테러 직후의 뜨거웠던 지지 열기가 식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중국의 지적대로 오사마 빈 라덴이 범인이라는 `움직일 수없는 증거'가 국제 사회의 지지 확보에 관건으로 떠올랐으나 아직은 자료와 정보 수집 단계일뿐 수사 완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자칫하면 미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빠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