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는 10일 재경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를 갖고 실물경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안이한 경기상황 인식을 중점 추궁했다. 특히 정부가 당초 올 경제성장을 수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하는 등 정책적 오판과 실패로 인해 경제 위기를 자초했다며 진념 경제부총리를 강하게 질책했다. ◇ 점치기식 낙관론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세워 '경기저점 점치기'와 '근거 없는 하반기 회복론'으로 일관했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정세균, 한나라당 김동욱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세계경제 침체의 가능성이 예고됐는데도 정부는 그동안 낙관적 전망만 해 왔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또 "근거 없는 하반기 회복론에 매달렸기 때문에 재정의 조기집행 이외에는 다른 대책을 찾을 수 없었다"(민주당 김태식 의원) "경제팀의 경제 예측은 민간의 기업활동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한나라당 서정화 의원)는 식의 불신 발언도 이어졌다. 특히 민주당 이정일 의원은 "환란 직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경제분석과 전망을 평가한다면 거의 '경제학적 백치'나 다름없다"고 몰아붙였고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그동안의 낙관적 태도에서 돌변해 최근 제2경제위기 가능성을 언급한 진념 장관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추궁했다. ◇ 졸속한 대응책 =정부의 정책적인 방향 착오가 결국 경기 활성화를 저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경기 판단을 잘못한 결과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히려 과도한 긴축 기조를 견지해 재정의 경기부양적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지나친 저금리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자금이 기업이나 증시로 가지 않고 단기 부동화됨으로써 오히려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우를 범했다"며 정부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했다. ◇ 경기대책 주문 =정부가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늦추고서라도 재정을 확대하는 등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 의원들로부터 강하게 제기됐다. 강운태 홍재형 의원 등 경제 장관을 지낸 여당 중진 의원들은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정부가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에서 설정한 최종 단계(3단계)로 접어들었다"며 "더 늦기 전에 제2차 추경예산 편성을 포함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강 의원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정책이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며 "200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뒤로 미루고 재정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동욱 의원은 "선심성 경기부양을 포기하고 구조조정에 매진하는 한편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고 민주당 김태식 의원은 "구조조정의 큰 틀 속에서 경기 조절이라는 거시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배.현승윤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