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즌 다채로운 내용의 오페라 공연이 쏟아진다. 9월과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한전아츠풀센터에는 10개의 오페라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예년에 비해 두배나 많은 물량이다. 베세토 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춘향전'은 해외 무대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전월선 김영철 등 두 성악가를 영입해 눈길을 모은다. 춘향역의 재일동포 전월선은 국제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도령역의 조선족 테너 김영철은 파리 국제성악콩쿠르와 스페인 빌리보콩쿠르에서 우승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국내 성악가로는 소프라노 신주련과 테너 박성원이 각각 춘향과 이도령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한복의 아름다운 색상을 살린 다채로운 무대의상도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 전망이다. 연출자 정갑균은 "오페라 '춘향전'은 한민족 특유의 해학이 깃든 작품으로 셰익스피어 문학에 비견할 만하다"면서 "춘향의 숭고하고 한국적인,그리고 섹스어필하는 사랑의 미를 관객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오페라단의 '라보엠'은 중견 탤런트 겸 연극배우인 유인촌이 연출을 맡았다. 오랜 연기경력을 바탕으로 오페라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극중 화가 마르첼로가 여자 모델을 앞에 두고 그림 그리는 장면에서 실제 누드모델을 출연시킬 예정. 일부 배역은 이탈리아에서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테너 박현준씨는 주역 로돌프역을 비롯 기획과 제작까지 맡았다. 박씨의 형 테너 박평준씨도 낭만주의 오페라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가의 루치아'제작을 맡아 '형제제작자' 탄생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현준·평준 형제는 그동안 서로의 공연을 도와줬지만 이번 시즌에는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가 유명한 '람메르무어가의 루치아'에선 소프라노 신지화 오은경 박선휘가 루치아역을 맡는다. 뉴서울오페라단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에서 오페라 공연 도중 실제 서커스단을 등장시킬 계획이다. 1막과 2막 중간에 약장수 둘카마라가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여 파는 장면에서 서울 동춘서커스단 단원 4∼5명이 공던지기와 팽이돌리기,공중제비넘기 등 다채로운 묘기를 선보인다. 약장수 호객과 서커스가 우리정서상 잘 맞는 것 같아 채택하게 됐다고 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