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을 공천을 둘러싼 청와대와 민주당간의 갈등 기류가 대표의 당무 거부로 이어지는 등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김중권 민주당 대표는 27일 와병을 이유로 확대간부회의에 불참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하는 여 3당 만찬행사 참석 여부도 이날 오후 늦게까지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호웅 대표비서실장은 "김 대표는 몸이 안좋아 병원에 입원했으며 언제 당무에 복귀할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노골화된 당·청 갈등=박상규 총장 등이 앞장서 김 대표의 10·25 재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선 데 대해 청와대측이 제동을 걸면서 갈등은 촉발됐다. 박 총장이 "김 대표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며 김 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자 청와대측은 "당 대표가 출마하면 여권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청와대측은 내심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과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총장 등이 "청와대에서 공천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와대 관계자들을 겨냥하자 청와대측도 "대표가 너무 개인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해 힘겨루기 양상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동교동계와 일부 대선주자 진영도 김 대표 출마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 재선인 설훈 의원은 이날 "재선거 특성상 김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당무 거부 왜 했나=김 대표는 지난 26일 측근들에게 "이대로는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큰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김중권 흔들기'의 결정판이라는 게 김 대표측의 시각인 것이다. 때문에 더이상 밀릴 경우 대선전에서 중도 하차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배수진을 쳤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비서실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구로을 출마를 개인의 정치적 이해와 연결시키는 데 화가 났다"고 전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남궁진 정무수석은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빨리 복귀하라고 했고 김 대표도 그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