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외국인 교수들을 데려오기만 하면 뭐합니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논문 활동의 기회 조차 주지않는 현실에서 이들이 얼마나 견뎌내겠습니까. 이들을 맞이할 인프라는 제대로 갖춰져 있나요" "외국인 교수 브레인풀(Brain Pool)제도"와 관련된 기사가 보도된 지 며칠이 지난 후 한 외국인 교수의 아내가 한국말을 모르는 남편을 대신해 "항의성" e메일을 보내왔다. 이 제도는 캠퍼스의 현실을 모른 채 내놓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인 교수를 남편으로 둔 A씨는 "남편 학교에서는 외국인 교수들에게 외국인이라는 이유하나로 논문활동 기회조차 주지 않고 알게 모르게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또 "남편은 사회교육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지만 몇년째 영어회화나 교양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며 "자기 전공 분야를 가르치지 못하는 학자의 심정이 오죽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래선지 A씨의 남편은 기회만 닿으면 한국을 뜰 생각이란다. 또 다른 외국인 교수의 한국인 아내 B씨도 비슷한 불만을 털어놨다. B씨는 "남편이 한글로 작성된 이메일이나 공문을 들고와 해석을 부탁할 때면 안스럽다"고 말했다. 한자를 섞어 작성한 학교측의 한글 공문을 받을 때마다 B씨 남편을 비롯한 이 학교의 외국인 교수 10여명은 졸지에 "눈뜬 봉사"가 돼야 한다. B씨는 비슷한 경력의 한국인 교수들에 비해 남편의 월급봉투가 얇은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캠퍼스 활동에서 배제되곤하는 남편을 볼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B씨는 이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몇년전 미국 대학으로 돌아갔던 남편을 설득해 다시 한국으로 데려온 자신에게 화가 날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이들도 물론 외국인 교수들을 많이 유치해 국내 대학의 국제화를 도모하자는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교수들에 대한 "텃세"가 사라지고 맘껏 학문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프라 등은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외국인 교수가 많이 들어오면 학내 분위기를 국제화할 수 있고 국제 학술지 논문 지도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희망사항이 실현되기 위해서도 그렇다는 얘기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