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김일욱 연구위원은 지난해 대기업 직원들이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이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직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적이나 조직관리 등에 대한 부담없이 연구에만 전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연구원들도 경력이 쌓이다 보면 자의반 타의반 관리업무를 맡게 되지만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는 사라지게 되죠" 김 위원은 지난해 10월 연구위원제에 지원, 사내 첫 전문연구위원이 됐다. "반도체는 한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3백여개의 공정을 거칠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연구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축적된 경험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위원은 팀장급 이상이면 당연히 맡게 되는 관리직 업무에서 손을 떼는 대신 신기술과 공정개선 연구라는 업무를 맡았다. 정년이나 실적 부담은 없지만 기술경쟁이 치열한 분야인 만큼 선행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밤낮이 따로 없다. "반도체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한 세대 앞선 선행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생산공정에 효율적으로 접목시키는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김 위원은 연구위원직 첫 작품으로 차세대 반도체 생산공정중 하나인 ALD 공정을 2주만에 셋업(Set-up)시키는 작업을 맡았다. 예전같으면 한달 이상 걸리던 작업이다. 하이닉스에서만 17년간 몸담은 김 위원의 현재 연봉은 '이사'급 수준이다. 보유기술의 가치나 지식, 연구개발 성과 등을 종합 평가해 매년 연봉이 조정된다. 업적이 우수한 경우 스톡옵션도 부여된다. 김 위원의 희망은 '현대 펠로(Fellow)'가 되는 것. 부사장급 연구위원직을 부르는 명칭이다. 물론 아직까지 탄생하지 않았다. "반도체 전문가는 예술품을 만드는 장인(匠人)과도 같습니다. 한 세대 앞선 기술로 하이닉스의 미래를 책임지겠습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