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동근이다' KBS 2TV 대하사극 '명성황후'에서 대원군을 연기하고 있는 유동근이 지난달 31일 시청자에게 보여준 눈물연기는 탄성을 자아냈다. 그가 눈물을 흘린 것은 경복궁 중건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장면에서였다. 경복궁 중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세금을 거두면서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대신들이 대원군을 찾아온다. 그러자 대원군은 위엄 가득한 목소리로 영국 공사가 중국을 처음 방문해 구중궁궐의 자금성을 지나가며 그 웅장한 규모에 놀라 중국은 하루아침에 손에 넣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후 "자금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웃나라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 줄 정도의 궁궐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눈물 뒤엔 굳은 의지가 결연한 눈빛이 내비친다. 이에 그를 찾아왔던 대신들은 "대원위 대감,내 어찌 편히 죽기를 바라겠습니까"라며 대원군의 '큰 뜻'에 고개 숙이고 만다. 5분여에 걸쳐 방송된 이 장면은 단순했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동근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다. "처음 이 장면의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약소국 지도자의 고뇌와 결단이 너무나 잘 담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와 선배·동료들에게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 연기가 좋았다기보다는 경복궁 중건이 배고픈 백성들의 희생만큼이나 가치가 있다는 걸 시청자들이 느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그가 '왕'연기를 잘해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유동근은 '장녹수''수양대군''용의 눈물'등의 사극에서 이미 세 번이나 왕 역할을 하면서 '왕'전문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다. "제가 지금 대원군 역을 소화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연산군''수양대군''이방원'등의 역을 통해 연기를 숙련시킬 수 있었던 덕입니다. 만약 이런 경험없이 대원군을 연기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6일 방송분부터는 중전 역이 문근영에서 이미연으로 바뀐다. 이미연의 등장과 함께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갈등은 서서히 가시화될 예정이다. 유동근은 이미연에 대해 "느낌이 좋은 배우입니다. 잘 맞을 것 같아요. 잘 나가는 배우로서 TV드라마에 출연해 고맙고 대견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유동근 부부는 '왕족'으로 통한다. 그의 아내 전인화도 SBS TV 사극 '여인천하'에서 문정왕후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명성황후'를 시작하기 전에는 서로 대사도 맞춰 줬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렇게 못하고 있어요. 대사를 맞춰 주다 보면 서로 헷갈려 오히려 연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거든요"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