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연금이 오는 2034년께부터는 적자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048년이면 기금 자체가 완전고갈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노후를 연금에 맡기겠다고 생각하는 30,40대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 갖고있는 자산을 불려 놓는 방법뿐이 달리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는 게 효과적일까. 향후 인구 및 경제구조의 변화가능성을 볼때 가치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시대에 따라 자산운용은 항상 변화한다. 고물가와 고금리를 앞세운 고성장시대에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게 유리했다. 공장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면 곧바로 몇배의 수익이 되돌아 오곤 했다. 그러나 저금리,저물가,저성장의 '3저(低)시대'에는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그것도 장기간 '묻어두는' 게 효과적이다. △급속한 IT(정보기술)화는 생산원가를 절감시켜 저물가시대를 촉발시키고 △생산능력의 포화상태는 실물부문에서의 자금 수요를 줄여 저금리기조를 정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저성장' 기조가 굳어져 단기간 내에 대박을 터뜨리는 신화는 실물과 금융부문 어디에서도 더이상 나올 수 없게 된다는 것.대우증권에 따르면 향후 실질금리는 3~5% 수준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현재 연 6% 안팍에서 움직이는 국고채 3년물의 경우 오는 2005년에는 4.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의 '3저 시대'는 고령화사회가 앞당기고 있다. 산업의 디지털화로 노후인력의 활용도가 낮아진 반면 기업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직장인의 은퇴시기는 앞당겨지고 있다. 중산층의 노후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00년 현재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10%에 불과,20%가 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2010년 14.2%,2020년 18.9%를 거쳐 2030년에는 28.8%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년부양비의 증가 속도로 볼 때 '멀리 보는 투자'가 이미 '발등에 불'이 된 느낌이다. 한국은 이미 고령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의 절대적 감소로 '항아리형' 인구구조로 접어든 터다. 이런 구조가 장기화되면 연금 보험 의료시스템 등 사회의 근간이 되는 복지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 젊은층의 고령인구 부양능력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선진국인 미국도 우리보다 먼저 이런 경험을 했다. 미국은 지난 80년대 중반 저금리시대에 진입했다. 인구구조가 지금 한국의 모습과 같은 '항아리형'으로 바뀐 것도 이때쯤이다. 당시 미국사회에선 2015년께 미국의 연금재정이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런 와중에 미국에서 '가치주 바람'이 불었다. 지난 90년 이전까지 전체 자산에 대한 주식의 비중은 11∼12%에 그쳤다. 그러나 91년 장기채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식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 작년 3월 말에는 두배인 23%선으로 증가했다. 간접 주식투자인 뮤추얼펀드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32%대나 된다. 반면 예금비중은 20%를 웃돌았던 것이 같은 기간에 12%대로 급감했다. 저금리로 예금이나 채권의 투자메리트가 줄어든 것이 주력 투자대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한국도 이젠 자산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금리를 쫓는 단기 부동자금은 점차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특히 저평가된 가치주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부장은 "가치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뿌리내리기 위해선 △상장사의 배당이 늘어나고 △투신사의 펀드 만기구조 등이 장기로 바뀌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배당을 많이주고 실적이 좋은 주식은 항상 자기 자리를 찾아가게 마련"이라며 "가치주 투자가 경제의 선순환고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 ............................................................... 한경.대우증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