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형식적 관료주의가 횡행한다(There are too much red-tapes in Korea)"

"분명하지 않고 불투명한 일이 다반사다(Everything is not clear and transparent)"

설문조사에 응답한 외국계 기업 경영진들은 한국의 투자환경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사분규와 행정 관료주의가 주된 비난의 대상이었지만 생활여건이나 세제, 영어 실력, 부패 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상당수였다.

이들의 발언을 정리한다.

◇ 유럽계 제조업체 CEO =한국의 투자환경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한국에 초기투자를 한 뒤 투자를 더 늘리려 했으나 노사분규와 생활환경이 나빠 포기했다.

앞으로도 현재 시설만 유지할 뿐 투자를 확대하지는 않겠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투자 환경이 나쁜 곳은 인도 정도일 것이다.

이미 투자한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앞으로도 외국인 투자가 꾸준히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컴퓨터 소프트웨어 제작.판매업체 임원 =3년간 투자해 놓은 것이 아까워 계속 한국에 남아 있다.

한국 시장에서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너무도 많은 장애물이 있다.

불법 소프트웨어 등은 언제나 큰 골칫거리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장 없이 어떻게 이 사업을 하나.

정부의 단속도 필요하지만 컴퓨터 사용자들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국제언어인 영어 통용이 극히 제한적이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물론 문서작업도 어렵다.

일반 생활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금융회사 CEO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시장 개방폭은 넓어지고 있으나 재벌이 아직 모든 비즈니스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다.

재벌의 연고주의 타파가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공기업도 투명성을 제고시키지 않고서는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외국인에게 반감을 갖고있는 국민정서도 문제다.

노조는 경영자에게 무조건 반대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관료사회의 부패도 여전히 심각하다.

급등락하는 환율 변동 역시 투자에는 장애물이다.

◇ 미국계 부품업체 임원 =한국 기업에만 유리하게 제도가 만들어져 있어 외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기업 지원은 잘못된 것이다.

부실기업의 회생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정작 회사를 살리는 조치가 취해지기보다는 매출을 늘리는 옛날 방식의 지원이 많다.

이는 우량 회사를 멍들게하고 국가의 부를 갉아먹는 일이다.

상거래 관행이 크게 다르다.

인적 자원도 제한적이다.

한국사람들 중에는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사람이 많다.

교육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 한국이 그래도 나은 점 =한국시장이 규모가 크고 교역규모도 세계적이라는 점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가격 경쟁력이 있고 생산성이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부패가 덜하고 정치가 안정돼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김수언.유영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