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선물이 미국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다섯 번째 금리인하 결정을 기다리며 짙은 관망세를 보인 끝에 이틀째 약세로 마감했다.

시장의 분위기는 거래량에 그대로 나타났다. 6월물 거래량은 전날 7만계약에 이어 6만계약대로 급감, 6월물이 최근월물이 된 지난 3월 9일 이래 다시 최저 수준을 보였다.

더구나 개장초와 장마감 때를 제외한 장중 대부분의 거래가 72.60∼72.80에서 이뤄지면서 변동폭이 0.3포인트 안팎에 그쳐 선물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투기거래가 대폭 줄었다.

그나마 거래소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를 증가시켜 삼성전자, SK텔레콤의 낙폭이 과대지면서 코스피200지수가 선물보다 낙폭이 커지는 통에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를 유지, 매수차익거래가 조심스럽게 늘어나면서 거래량을 보전했다.

외국인은 기존의 숏포지션을 환매하는 등 포지션 청산거래와 내일 금리인하 뒤의 시장방향을 탐색하는 데 주력했고 개인은 매도 이후 외국인 따라가기에 나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증권 투신은 매수차익거래로 선물 순매도가 장후반 증가했다.

한누리증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하를 확인하고 가자는 심리가 팽배, 매도도 크지 않았지만 매수 역시 많지 않았다"며 "외국인 관망에다 기관의 보수성까지 더해져 선물시장의 거래가 죽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15일 코스피선물 6월물은 전날보다 0.60포인트, 0.82% 낮은 72.35로 마감, 이틀째 소폭 하락했다. 시가는 전날과 보합수준인 72.95였고, 장중 저가는 72.35, 고가는 73.15을 기록했다.

지난 주 75선 돌파에 실패한 뒤 72선을 지지선으로 74선까지 2포인트 안팎에서 좁은 박스권에 묶이며 지리한 답보 장세로 일관하고 있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0.1∼0.2대의 콘탱고가 유지된 가운데 프로그램 매수가 1,000억원이 넘었다. 매수는 차익 516억원, 비차익 574억원을 합쳐 1,090억원이었고, 매도는 차익 41억원에 비차익 75억원을 더해 116억원에 그쳤다.

한빛증권 관계자는 "6월물 만기일까지 잔존일수가 30일 남았고 매수차익잔고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0.2 정도의 콘탱고 수준이라면 들어가 볼만 한 수준"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금리인하 결정 뒤의 시장방향에 대한 확인 심리가 작용, 매수차익거래가 500억원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 미국 금리인하 이후 = 미국의 금리인하와 관련, 시장에서는 금융시장의 주된 예상대로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과 함께 향후 정책기조에 대한 전망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금리인하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수단이 제약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0.5%포인트 인하하고 정책기조를 ''중립''으로 선회하는 것보다는 0.25%포인트 인하하고 정책기조를 열어두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얘기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올들어 네차례 금리인하를 통해 아직까지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점 때문에 오는 6월에도 다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14일 발표된 산업생산이 10개월 연속 줄었고 가동률 상황도 경기회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업재고 역시 감소됐으나 출하감소와 같이 진행돼 재고율에는 변화가 없었다.

재고감소가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되는 점이 다소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수요회복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생산감소에 의한 것으로 아직은 경기회복 사인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 금리인하 기대감 반영 =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하가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이뤄질 것이지만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여력을 확대시키기는 다소 힘들어 보인다.

특히 △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상당부분 선반영됐고, 지난 네 차례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 증가 기대감이 희석회됐으며 △ 기습적인 비정례회의를 통한 것이 아니라 예정된 정례회의여서 재료가 노출됐다는 점이 꼽힌다. 여기에 금리인하 시리즈의 막바지 단계로 인식되면서 유동성 탄력도 둔화된다는 것이 더해진다.

국내와 연관해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꽉차 추가 매수여력이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의 장세가 경기와 좀더 밀접한 연관을 갖고 움직이는 장으로 성격변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금리인하 정책을 썼으니 이제는 그 효과가 가시화되느냐를 봐야 하는 데로 초점이 이동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외국인이 부쩍 실적호전주와 내수관련주로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같은 이유라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이 0.5%포인트 금리인하를 해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반영된 상태"라며 "금리인하로 장세를 돌파할 힘이 없고 구조조정 재료도 확인전까지 한계가 있어 향후 매물소화과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리인하 이후 일말의 재료공백 사태가 우려되기도 한다"며 "그러나 불확실성이 해소된닺는 측면이 있고 국내 급락 우려감은 크지 않아 조정시 매수관점을 유지하는 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