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이 없는 제조업체가 늘고 있다.

네트워크나 이동통신장비 등 주로 디지털제품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EMS(전자하청생산서비스)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제조 기업은 개발과 기획에 집중하고 제조공정은 EMS 기업에 위탁하는 방식이 정보화시대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사례 =대부분의 PDA 업체와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생산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싸이버뱅크는 삼성전자에 PDA 생산을 위탁했다.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은 ''품질 관리가 확실하고 생산 비용이 싸기 때문''이라는게 싸이버뱅크측의 설명이다.

MP3플레이어 전문업체인 바롬테크는 세원텔레콤과 SM전자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 8만대에 이어 올해 13만5천대를 모두 외부에서 생산한다.

바롬테크는 현재 부품을 직접 조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부품 구매까지 외부에 맡기고 개발과 마케팅에만 주력할 방침이다.

MP3플레이어 특허를 획득해 주목받고 있는 엠피맨닷컴은 지난해 현성과 클리어를 통해 15만대를 생산했다.

올해는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탈웨이는 광전자아이엔티와 미래통신 명성미디어테크를 통해 MP3플레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 물량은 한달에 5만대 수준이다.

최근 중국 유통업체인 커젠(科健)사에 오는 2003년까지 GSM방식 휴대폰 5백만대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은 이지엠텍에도 생산 공장은 없다.

생산은 모두 중국 현지에 있는 커젠사 자회사에서 이뤄진다.

이지엠텍은 대신 휴대폰 개발과 공장설계 컨설팅을 해줬다.

이 회사 김동필 사장은 "이번 계약은 단말기 개발과 설계 디자인 등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이지엠텍과 값싼 중국 생산기술이 손잡음으로써 이뤄졌다"고 밝혔다.

◇ EMS 부상 배경 =가장 큰 이유는 외부에 생산을 위탁할 경우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 기업들은 EMS를 활용, 몸을 가볍게 해 외부 변화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전자 분야에서 EMS가 활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또 EMS 업체의 뛰어난 생산능력을 활용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으로선 EMS를 이용하면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줄일 수 있어 이점이다.

◇ 제조업의 신조류 EMS =EMS 시장은 최근 연 20∼4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0년 1천5백10억달러에서 2004년엔 2천6백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EMS시장 1위인 미국 솔렉트론사는 지난해 1백94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LG경제연구원 김창현 연구원은 "EMS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최근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등 제조업의 신조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