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만 < 농어촌연구원 원장 >

지구는 지표의 4분의 3이 물로 뒤덮인 ''물의 행성''이다.

이처럼 지구상에 물이 풍부한데도 그 물의 1% 미만만이 재생 가능한 담수로 이용될 수 있다.

인구 증가와 함께 한정 자원인 물의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백년간 세계 인구는 3배 증가했지만 사람의 물 수요량은 6배나 늘었다.

이러한 물 사용 증가는 20세기 후반부터 물 위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러 국제기구나 연구소에선 ''20세기의 국제간 분쟁 원인이 석유에 있었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심각한 물 부족현상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강이 있는 지역에서는 국가간의 물 분쟁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세계의 물 사정은 그렇다 치자.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3배에 달하지만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물 부족 국가 중 하나다.

1982년 이후 인구는 3천9백만명에서 4천7백만명으로 20% 증가했는데 물 사용량은 1백86억t에서 3백36억t으로 80%나 늘었다.

반도에 위치한 덕분에 국가간의 물 분쟁은 없지만 지역간 물 분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와 강원 영월군간의 평창강 취수 분쟁,대구시 위천공단 조성에 대한 부산시의 반대,임하댐과 영천댐간의 도수로 건설에 대한 안동시의 반대,용담댐 건설과 관련한 전북과 충남간 물분쟁,동강댐 건설 논란 등이 그것이다.

이는 21세기의 물 부족현상과 이에 따른 사회 경제적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물의 합리적인 이용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합리적인 물 이용은 한정된 수자원을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개발,물 부족에 대비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말에 국가위기 사태가 발생한 주된 요인 중의 하나가 물 부족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880년부터 1909년까지 30년간 연속된 가뭄은 국가경제의 기초를 무너뜨렸고 이는 사회 혼란과 국가 붕괴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서울지방의 연간 강수량은 8백㎜ 이하인 해가 11년,8백∼1천㎜인 해가 6년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계속됐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이 1천2백74㎜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지독한 가뭄이었지 알 수 있다.

누구도 이러한 가뭄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수자원 개발 및 확보는 지속되어야 한다.

물의 배분과 운영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하고 물을 아껴 써야 한다.

그래도 부족할 경우 생태 수질 등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병행해야 한다.

물 생산성이란 일정한 양의 물을 가지고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즉 물 1t을 쓰면서 보다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하고 더 많은 공산품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보다 위생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하며 더 좋은 친수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물 생산성을 높이려면 물 낭비와 운반 중 손실을 줄이는 등 물의 사용효율을 높여야 한다.

각종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물 확보에 치중한 투자를 했다면 21세기에는 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물에 관심을 갖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이율배반적 시각도 빨리 고쳐야 한다.

이를 위해 물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오는 22일은 ''제9회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물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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