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의 화두는 단연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세계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며, 특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 실물부문에서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핸드폰 등 많은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또 금융부문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돈이 국내 증시를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경기는 작년 4.4분기에 급격한 둔화를 보이고 있는데, 올 1.4분기 성장률은 0%에 가까울 것이라고 의회에서 증언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는 연착륙보다는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리 기업과 정부를 긴장케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소강상태로 진입하는 가운데 유럽이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유럽경제는 이미 미국보다 그 규모가 크다.

올해 2.5∼3%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것이 실현되면 10년만에 미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유럽의 이같은 고성장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왜냐하면 유럽 기업들이 IT(정보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며, 그로 인한 효율성 향상이 지금부터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기술투자의 지연된 효과를 ''데이비드 효과''라고 하는데,이는 폴 데이비드라는 경제학자의 이름을 땄다.

미국은 이미 데이비드 효과를 경험했으며 유럽도 이제 막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개별기업의 경쟁력을 보면 유럽국가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에어버스는 미국의 보잉보다 더 많은 항공기를 수주했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휴대폰 단말기 판매에서 모토로라를 앞선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반도체부문에서도 최근 프랑스.이탈리아 컨소시엄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독일의 인피온테크놀로지스, 그리고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미국의 인텔 및 텍사스인스투르먼츠의 아성에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금융산업에선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은행과 독일의 도이치은행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또 자동차산업에서도 내수부진과 리콜 문제로 미국의 빅3업체가 쇠약해진 틈을 비집고 프랑스의 르노와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럽기업들의 또 다른 장점은 미국기업보다 훨씬 긴 세계화의 역사를 가졌다는 것이다.

19세기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종합무역상사 형태로 진출한 유럽 기업들은 현지인들의 생활풍습, 정치상황 및 문화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 현지밀착 경영을 할 수 있다.

한 예로 이동통신분야에서 중국은 현재 유럽형 기술표준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유럽 통신회사들이 중국의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상황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사한 방법으로 자동차분야에서도 폴크스바겐이 중국 최대의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도 금융 자동차 고속철 소프트웨어 반도체 통신기기 소비재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유럽 기업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투자 생산 판매를 통해 고용과 경제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국산업의 동반자로서 그 영향력은 점점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기업들이 한국이라는 토양에 그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경영자는 유럽을 너무 모른다.

한국에서 MBA스쿨을 선택할 때의 예를 들어보자.10명 중 9명이 하버드 스탠퍼드 와튼과 같은 미국 학교로 결정한다.

한국 대학의 경영학 커리큘럼도 거의 미국식 경영사례에 편중돼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유럽과 유대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경영자들과 네트워킹해야 한다.

유럽의 엔시아드, 런던비즈니스스쿨,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과 같은 유럽 대학의 MBA 과정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

앞으로 유럽은 데이비드 효과에 의한 장기 호황을 누리며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우리는 유럽 경제 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해나가야 한다.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