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동기식 사업에 포철이 뛰어들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업종전문화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두산의 한국중공업 인수와 함께 포철의 IMT-2000 진출 가능성과 관련해 식료품과 기계,철강과 정보통신이 서로 궁합이 맞는 것인지를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사실 신규사업 진출에 있어서 뚜렷한 원칙이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GE처럼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할 수 있는 사업만을 선택한다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1백30년간이나 종이와 장갑을 만들다가 지금은 핸드폰 생산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핀란드의 노키아처럼 엉뚱하게 변신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노키아는 이 과정에서 소형컴퓨터와 컬러TV 생산을 시도했다가 사장의 자살을 몰고올 만큼 참담한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 기업들도 원칙이 있든 없든 간에 뭔가 근거는 있을 게 분명하다.

예를 들어 신규사업의 수익률이나 장기적인 기업전략 또는 나름대로 설정한 목표의 달성가능성 등이 근거라면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일본의 오오에 다케루 와세다대 교수의 ''기업 고유시간론''이다.

기업의 고유시간이란 기술혁신과 관련된 것으로 제품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에다 제품의 수명을 더한 것이다.

대개 소프트웨어 등은 개발 1년 수명 1년,PC는 개발 2년 수명 2년,담배 식료품 맥주는 개발 1년 수명 8년,반도체는 개발 4년 수명 4년,제약은 개발 12년 수명 12년,제철은 개발 24년 수명 24년 등이다.이에 따라 제철회사가 반도체에 진출할 경우 고유시간에 따른 의사결정의 차이로 인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담배회사가 식료품에 진출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개발기간과 수명주기가 단축돼 이런 고유시간의 차이가 신규사업 진출 여부에 얼마나 중요 변수가 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기왕에 신규사업에 진출했든 아니면 현재 진출을 검토하는 단계든 간에 고유시간의 차이에 대한 기업의 유연성을 따져 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