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는 항상 ''미인주''와 ''왕따주''가 뒤섞여 있게 마련이다.

이들이 투자자들을 웃고 울게 만든다.

올 한해는 ''왕따주''가 투자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한해로 기록될 것 같다.

특히 ''왕따주''는 때로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파도타기 주식''으로 둔갑,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주가가 연초 대비 상승한 종목은 유유산업 등 1백49개 종목으로 총 상장종목의 16.9%에 그쳤다.

반면 연초보다 주가가 내린 종목은 삼보컴퓨터 등 6백90개.상장종목 10개중 8개가 미끄럼을 탔다.

''영원한 미인주'' 후보로 꼽혔던 삼성전자가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한 게 올 증시 성적표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대형주의 몰락과 중소형주의 선전도 특징이다.

또 기술주의 몰락과 경기방어주의 선전도 눈길을 끌었다.

◆우뚝 솟은 종목들=유유산업 수도약품 근화제약. ''제약 3인방''이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의 메달리스트에 올랐다.

신약개발 및 미국 대선 부시 당선자 수혜주로 각광받은 덕분이다.

경기급락 우려감이 팽배해지면서 내수시장의 지위가 확고하거나 자산가치가 높은 ''경기방어주''도 두각을 나타냈다.

롯데칠성과 한국전기초자 등이 대표적 종목이다.

내수시장 지배력이 높은 롯데칠성은 실적 호전 소식까지 겹쳐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1월15일에는 16만2천원을 기록,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브라운관 유리벌브 제조업체인 한국전기초자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실적호전주.지난 4월17일 연중 최저가인 2만9천50원에 머물렀으나 8월24일에는 9만4천원까지 올라 주가가 3배 이상 뛰었다.

올 들어 3분기말(9월말)까지 영업이익률이 35.3%를 기록해 12월결산 법인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고개숙인 종목들=IMF체제 탈출의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하던 첨단 기술주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

폭락장세의 원흉으로까지 몰렸다.

삼보컴퓨터(94.3%) 데이콤(93.9%) 다우기술(93.4%)이 나란히 주가 하락률 상위에 포진했다.

맥슨텔레콤(92.2%) 한솔CSN(90.9%) KDS(88.9%) 등 거래소내 간판 기술주들이 대거 쓴잔을 마셨다.

특히 데이콤은 대형 기술주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종목이다.

지난해 말 종가가 68만5천원에 달했지만 폐장일 종가는 3만원선을 겨우 지켰다.

데이콤은 LG글로콤이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서비스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주가 회복의 전기마저 놓치고 말았다.

◆파도타기 종목군=등락폭이 컸던 종목들이다.

해당 종목의 실적과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들의 애증이 엇갈렸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상반기에는 투자 성공의 기쁨을 선사했지만 하반기에는 종합주가지수의 몰락을 주도할 정도로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한때 12만원대까지 추락하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SK텔레콤에 내주기도 했다.

현대전자는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으나 현대투신 출자 문제,현대계열사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액면가 밑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대표적 데이 트레이딩 종목이었다가 졸지에 완전 감자 대상이 된 한빛은행은 거의 1년 내내 거래량 1위에 오르며 데이 트레이더들의 공략 대상이 됐다.

1년 내내 유동성 위기로 몸살을 앓은 현대건설도 남북경협이 부각될 때마다 반짝 상승했으나 액면가 밑을 탈출하지 못했다.

지누스와 금양은 손바뀜이 활발해 1년새 주주가 40번 가까이 바뀐 케이스다.

지누스는 텐트전문 제조업체에서 인터넷 정보통신업체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1월6일 5천9백원에서 두 달 만에 11만2천원(3월13일)까지 올라 연초 대비 16배 이상 폭등했다.

회전율이 3천9백%를 넘었다.

동창회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로 인한 평가익이 부각됐던 금양과 고제도 회전율이 3천4백%를 웃돌았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