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1996년 12월5일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FRB)의장은 당시 미국 증시의 이상 과열 현상을 경고하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주가지수는 96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스펀은 최근 FRB가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또 미국 경기가 너무 급격하게 후퇴할 경우 연준리가 이에 개입할 뜻임을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단 하루만에 주식시장의 시장가치를 6천억달러나 끌어올렸다.

나스닥 지수는 하루에 10% 넘게 상승,하루 기준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미국경제가 경착륙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던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지금 미국 경기는 사람들의 예상보다도 빨리 식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를 풍미한 기술주 버블 현상은 이미 꺼져 버렸다.

그럼에도 그린스펀은 최근 주요 경제지표중 미 경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경고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일정수준의 경기둔화는 그동안 필요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수년간 미국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앞서왔다.

FRB는 인플레이션을 막고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초과를 막기 위해 지난 99년 중반부터 최근까지 금리를 1.75%포인트 올렸다.

그린스펀은 최근의 주가하락과 금융경색이 소비자 지출을 줄여 소프트랜딩이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그린스펀의 발언에 과잉반응한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 후 주가가 오른 것은 투자자들이 내년초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중 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 성급한 기대다.

FRB가 금리인하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려 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서는 안된다.

FRB가 금리조절을 통해 미국 경기 수준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모럴 해저드를 가져올 수도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FRB가 통화정책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려 한다고 믿을 경우 그들은 좀더 위험한 투자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경기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FRB의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과소평가하고 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작업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대규모 투자-빠른 생산성 증가-기업이윤 증가-주가상승으로 이어지던 미국경제의 선순환은 반대로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안고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FRB는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금리인하도 재고해야 한다.

미국경기의 둔화와 터져버린 기술주 버블이 신경제 신화와 관련해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한가지 분명한 점은 구경제의 법칙은 아직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경기순환 사이클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경제에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둔화됨에 따라 생산성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만약 생산성 증가율이 서서히 둔화된다면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면 FRB가 경기를 적절히 조절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기가 금융버블을 겪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IT(정보기술)혁명이 진정한 경제성장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시장이 비현실적인 기대에 의해 휘둘려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기술혁신과 버블은 항상 병존해왔다.

이번에도 이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신경제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이번에 한번 되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리=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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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