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 민주당 의원 cma2000@polcom.co.kr >

올해의 수능시험 날에도 어김없이 교문 밖에서 자녀가 시험을 잘 보도록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입시전문학원이 ''예년보다 점수가 높을 것''이라고 예측하자,부모들은 그전까지 시험 잘 보게 해달라던 간절한 모습과는 달리 ''점수가 높아 걱정''이다.

시험의 변별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된 학부모의 태도를 보면 교육 당국이 시험위주의 교육방식에서 탈피해 학력보다 능력위주가 되도록 하겠다고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부모들이 실제로는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

솔직히 부모들은 전인교육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자녀가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인 성과에 관심이 더 많다.

아직까지 기성세대는 어떻게 하든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야만 사회적 기반을 쉽게 닦을 수 있고,그렇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대학입시가 교육정도를 평가하는 수단이 아니라 경쟁의 우열을 가리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2002년도 대입제도 발표에 따르면 본고사를 없애고 수능성적 학생부 등으로 기초학력 구비정도만 판단하고 수상경력 자격증 추천서 등 비교 자료와 심층면접 구술고사 등을 통해 대학측이 학생의 표현력 사고력 인간됨 등을 종합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 학생의 특기와 적성을 반영하는 특별 전형이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학부모들은 이런 발표가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수능이 쉬우면 경쟁우위에 서기 위해 남다른 특기를 길러야 하는데 단기간에 특기를 가지기 어려울 뿐더러 특기교육을 한다고 해도 보통부모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특별부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경쟁에서 우열을 가려주는 수단으로서 교육을 바라는 지금의 상황에선 단기간에 학부모의 태도만 바꾸려 해서는 교육개혁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등교육환경에 과감히 투자를 해서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학생부평가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점진적으로 시험에 종속된 교육에서 능력과 소질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